내마음의 수필

나이가 들수록 고단해 지는 것이 삶이다.

행복한 까시 2015. 7. 13. 07:30

 

초등학교에 다닐 때 딸이 가끔 말했다.

 "유치원 다닐 때로 돌아가고 싶어, 아빠. 그때가 참 좋았는데....."

사람들은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한다. 나 역시 그렇다. 지나간 시절의 삶이 더 편했던 것 같다. 그래서 지나간 시절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유치원을 그리워했다.

유치원은 선생님이 잘 해주셨다. 존대 말을 써 주셨다. 맛있는 간식도 많이 주셨다. 공부 보다는 놀이가 많았다. 부모님도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유치원에 갈 때 차를 타고 다녔다. 모든 것이 편안하고 안락했다.

초등학교에 들어오니 상황은 바뀌었다. 혼자 등교를 해야 한다. 공부하는 분량이 유치원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숙제도 해야 한다. 학원도 다녀야 한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선생님이 혼낸다. 선생님도 유치원 선생님보다 따뜻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시험도 본다.

아! 그립다.

유치원 그 시절이 그립다.

선생님의 사랑을 받으며 즐겁게 지내던 시절이 좋은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초등학교를 그리워했다.

초등학교 때는 선생님이 자상하셨던 것 같다. 사소한 것도 챙겨 주셨다. 공부가 그리 힘들지 않았다. 공부할 분량도 그리 많지 않았다. 학교는 오전중에 끝나는 날이 많았다. 부모님도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셨다. 학교가 집에서 가까웠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오니 조금은 힘들어진 것 같다. 부모님의 관심도가 좀 떨어졌다. 학교가 멀어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 공부할 분량이 많아졌다. 숙제의 양도 많아졌다. 학원에 가도 공부할 분량이 많아졌다. 시험 문제도 초등학교 보다 어려워졌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거칠게 대한다. 우리들도 선생님의 이야기가 좀 시시해졌다. 고등학교에 들어오니 오로지 입시뿐이다. 입시지옥이란 말이 실감이 난다.

아! 그립다.

초등학교 시절이 그립다.

공부도 적게 하고 시간이 많았던 그 시절이 좋은 것이다.


 대학에 다니면서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을 그리워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이 순수했다고 느껴졌다. 선생님도 잘 해주셨다.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따라서 하기만 하면 되었다. 부모님들도 많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관심을 두셨다.

대학교에 들어오니 혼자가 된 느낌이다. 광야에 혼자 버려진 그런 기분이 든다. 공부도 혼자 해야 한다. 누가 공부하라고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가끔 공부 하라는 잔소리를 듣고 싶기도 하다. 친구들도 취업 준비에만 관심이 있다. 저마다 취업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런 모습이 너무도 싫다.

아! 그립다.

중고등 학교 시절이 그립다.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안락하게 시키는 공부만 하던 그때가 좋았던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오니 대학 시절이 그리웠다.

시간도 많고, 하고 싶은 공부도 맘껏 하던 때가 좋았다. 늦게 일어나도 뭐라는 사람이 없었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모든 것이 나의 의지대로 생활을 하였다. 그토록 좋았던 시절을 그때는 왜 몰랐는지 후회가 되었다.

회사에 들어오니 자유가 없다. 매일 틀에 박힌 일상이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 정신없이 일하고 저녁 늦게 퇴근하는 일상이 지속된다. 가끔 무엇 때문에 사는지 자신에게 물어 보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일을 벗어나려고 하면 더욱 일에 옭아 매이는 느낌이 든다. 한편으로는 일할 직장이 있다는 것으로도 행복하다고 느낄 때도 있다.

아! 그립다.

대학시절이 그립다.

자유롭게 맘껏 공부하고, 즐기던 대학 시절이 그래도 좋았던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나니 총각 시절이 그리웠다.

총각 때는 혼자이어서 홀가분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시간이 좀 있었다. 나만의 시간도 있었다. 경제적인 여유도 좀 있었다. 혼자라서 외로움도 있었다.

결혼을 하고 나니 시간이 별로 없다. 주말에는 행사에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다. 총각 때는 핑계를 대고 빠질 수 있지만, 결혼하고 나니 빠질 수가 없는 것이다. 시간이 나면 가족들과 함께 해야 한다. 가족을 위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의 즐거움을 위해 이 한몸 희생해야 하는 것이다.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즐거운 일이 더 많은 것 같다.

가끔 그립다.

총각 시절이 그립다.

조금이나마 자유가 있던 총각 시절이 좋았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인간관계의 폭이 넓어져 만나야 할 일이 많아진다. 회사 업무적으로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다. 그러다 보니 점점 시간이 없어진다. 그리고 회사에서도 올라가면 갈수록 점점 힘들어지는 것을 느낀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아이들 교육비도 많이 들어가고, 학교를 졸업하고나면 출가를 시켜야 한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삶이 더 고단해 지는 것이다.


 가끔 어르신들이 이야기 한다.

"그래도 아이들 어릴 때가 좋은 것이여. 아이들이 커서 결혼 하고, 나가 있으니 쓸쓸해."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다. 점점 고단해 지는 삶이 과거를 더 간절히 그리워하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