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아파트에 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

행복한 까시 2015. 9. 1. 08:00

 

 

 거실에 가만히 앉아 창밖을 바라보면 아파트만 보인다.

앞을 보아도 아파트, 뒤를 돌아 보아도 아파트만 시야에 들어온다. 산골에 들어가면 앞을 보아도 산이고, 뒤를 돌아 보아도 산인 것처럼 말이다. 도시가 모두 아파트라는 괴물에 포위된 느낌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다고 했던가? 어쨌든 수요가 있으니 아파트를 계속 짓는 것이다.

 

 편리성으로 따지자면 아파트 만큼 편리한 집도 없다.

집에 이상이 있거나 문제가 생기면 관리사무소에서 신경을 써 주고, 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관리소에서 챙겨 준다. 게다가 언제라도 따뜻한 물을 마음 대로 쓸 수도 있고, 또한 난방도 계절에 맞게 들어오니 이보다 더 편한 집은 없는 것이다. 이런 편리함 때문에 지금도 사람들이 아파트에 매달리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편리함을 얻는 댓가로 아파트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잃어버리게 한다. 우리가 아파트에서 가장 크게 잃어버린 것은 바로 마당이다.

 

 시골집에 가면 커다란 마당이 있다.

마당에 앉아 있으면 행복감을 느낀다. 어린시절의 추억들이 고스란히 살아나는 느낌이 든다. 어린시절 마당은 아이들에게는 야외 놀이터이다. 시간만 나면 동네 조무래기들이 마당에서 모여 놀았다. 막대기로 금도 긋고, 흙장난도 하고, 사방치기도 하고, 비석치기도 하며 놀았다. 이런 추억 때문에 마당을 보면 더 행복해지는 것이다.

 

 마당을 보면 또한 계절을 느낄 수 있다.

봄이면 마당 가장자리에 화초들이 싹을 틔웠다. 화초들이 싹을 틔울 무렵 마당 한켠 장독대에서는 할머니와 어머니가 장을 담궜다. 여름이 되면 마당은 또하나의 거실로 탈바꿈 했다. 멍석을 깔면 야외 거실이 되었다. 마당에서 저녁도 먹고, 옥수수와 참외 수박같은 간식도 먹었다. 밤늦도록 마당에서 더위를 식히며, 잠을 청하기도 하였다.  

 

 가을이 오면 마당도 덩달아 바빠졌다.

마당에는 수확한 곡식들이 차례로 말려졌다. 가을이 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려 주는 것이 빨간 고추 였다. 빨간 고추가 마당에서 말려지면 그 모습은 한폭의 그림 같았다. 고추이외에도, 참깨, 들깨, 녹두, 콩 등이 차례로 말려졌다. 마당에 벼가 마지막으로 말려지면 겨울이 찾아왔다. 겨울에도 여전히 마당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마당이 없다는 것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시골집에 가면 제일 좋은 것이 마당이 있다는 것이다. 마당은 사람을 여유롭게 만든다. 집에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은 마음을 넉넉하게 만든다. 마당이 없기 때문에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마음의 여유를 간직하지 못한채로 항상 쫓기는 듯 살아가고,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지도 모르겠다.     

 

 아파트는 이웃간의 정과 소통을 잃어버렸다.

폐쇄적인 공간으로 인해 이웃과 마주치기가 힘들다. 마당이 있는집이면 쉽게 들어갈 수도 있고, 담너머로 이웃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다. 마당이 있다면 지나가는 이웃과도 쉽게 말을 건낼 수도 있다. 아파트라는 공간은 이웃집이라도 쉽게 들어가거나 접촉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도 점점 닫혀져 가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사람들은 맑은 공기를 잃어버렸다.

이중 삼중으로 차단된 유리창이 신선한 공기가 집으로 들어 오는 것을 막고 있다. 여름철에는 문을 열어 놓으면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지만 닫아버리면 공기는 금방 오염되고 만다. 공기란 것은 참으로 신기한 존재이다. 대도시의 공기보다는 중소도시의 공기가 더 신선하고, 중소도시의 공기보다는 읍면지역의 공기가 더 신선하고, 읍면지역보다는 산골의 공기가 더 신선하다. 아파트의 공기는 제대로 순환이 되지 않아 늘 혼탁하기만 한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공기청정기를 쓰지만 자연의 공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아파트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환경에 적응하는 면역기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특히 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고 살다가 보니 기온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 감기도 쉽게 걸리는 것 같다. 또한 건조한 공기로 인해 피부 면역력도 떨어지고, 따뜻한 실내공기로 인해 집먼지 진드기 같은 것들이 서식하여 아토피가 많이 생기기도 한다. 모두 자연과 단절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다.

 

 아파트에 살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많은 사람들은 아파트에 열광하며 살아가고 있다. 요즘은 재개발을 해도 아파트만 건축하고 있다. 머지 않아 도시 뿐만아니라 농촌도 아파트 숲으로 변해갈 것이다. 편리한 것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아파트는 적합한 주거 공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가 더 지어지는 만큼 우리의 인간미나 건강을 더 잃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