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땅콩

행복한 까시 2006. 6. 13. 13:08
 

 아이들이 쓰는 언어를 보면 참 재미있다. 요즘 우리 딸들이 많이 쓰는 단어가 “땅콩”이다. 우리 어렸을 때에는 작다는 의미 또는 심심하다는 의미로 많이 쓰여 졌는데, 우리 딸들의 대화를 들어 보면 남들과 다르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 같다. 이 단어의 유래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유치원 또는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땅콩이라는 단어가 쓰인다.


 “아빠 땅콩”

 “왜?”

 “우리 집에서 아빠 혼자 남자이니까”


 “아빠 땅콩”

 “왜?”

 “아빠 혼자 안경 썼잖아”

 

 “아빠 땅콩”

 “왜?”

 “우리는 치마 입었는데 아빠 혼자 바지 입었잖아”


 이처럼 땅콩이 되는 이유도 가지가지이다. 아빠 혼자 운전하니까, 아빠 혼자 머리가 짧으니까, 아빠 혼자 넥타이를 맸으니까 등등 말이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두 딸들끼리도 서로 다른 점을 찾아내어 서로 땅콩이라고 수시로 외쳐댄다. 땅콩으로 몰아가는 데는 엄마도 희생양이 된다. 엄마 혼자만 치마 입어서, 엄마 혼자만 파마를 했으니까, 엄마 혼자만 샌들 신었으니까, 엄마 혼자만 백을 들었으니까, 엄마 혼자만 모자 썼으니까 등등 이유도 다양하다. 아마 이 단어 는 친구를 왕따로 몰아가기 위해 누군가가 만들어 낸 것 같다. 누구든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하거나 다른 점이 있으면 여지없이 땅콩으로 몰리는 것 같다. 한편으로 보면 이러한 놀이가 어린이들의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남들과 다름을 찾아내려면 관찰력 내지는 비교 분석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유행어를 빠르게 따라하는 것 같다. 어떤 때 보면 예의가 전혀 없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요즘 유행하는 유행어를 사리 분별없이 따라하기 대문이다. 예를 들면 “됐거든”, “앗 싸”, “안 되겠니?”등등 수 없이 많이 있다. 또한 여자 애들이라 말싸움도 잘한다. 수시로 놀려대며 싸운다. 놀려 대다가 성에 안차면 그 다음에는 서로 때리며 싸운다. 나중에 집사람이나 내가 소리 한번 질러야 싸움이 잠시 멈춘다. 잠시 후 내가 방심하면 금방 또 토닥인다.


 요즘 시도 때도 없이 외쳐대는 땅콩소리에 시끄럽기 그지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보면 땅콩을 외치는 그 모습이 예쁘기도 하다. 지금도 딸들의 땅콩이라는 외침 소리가 귀가에 맴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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