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풍경-강가의 고기잡이

행복한 까시 2006. 6. 20. 18:14
 

 아침에 출근길에 라디오에서는 가수 이선희씨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우리세대의 대학시절에 전성기를 누리던 가수이다. 강변가요제에 혜성같이 나타나 꿈 많던 대학시절 많은 인기를 누렸다. 지금도 이선희씨 노래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그때 생각이 난다. 학창시절 이맘때면 기말 고사가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는 시기이다. 항상 그렇지만 방학이 되면 시골에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에게 가서 일손을 도와드렸다. 방학기간 두 달 중 한달은 공부한다는 핑계로 서울에 있었고, 나머지 한달은 부모님을 도와드린 다는 명분아래 시골에 내려가서 친구들도 만나고, 여유롭고 한가로운 방학을 보냈다.  


 방학이 되어 집에 내려가면 어머니는 바로 수확한 햇감자를 쪄서 주셨다. 분이 뽀얗게 나는 싱싱한 감자는 맛이 일품이다. 도회지에 나가서 제대로 못 먹는 것을 안쓰럽게 생각하시는 어머니는 바쁜 농사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먹을 것을 만들어 주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집에 내려가면 배가 불러서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다. 어머니가 해주시는 많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오면 꼭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지금도 어쩌다 시골에 가면 어머니는 많은 음식을 해주시지만 못 먹고 와서 꼭 후회를 하게 된다. 


 집에 일거리가 없는 날은 강가에 나가서 낚시질을 하였다. 그것이 유일한 취미였다. 시야가 넓게 트인 강가에 나가서 낚시질을 하다가 보면 도회지에서 찌들고 묶은 때가 확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물고기의 움직임이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에 발을 담그면 마음까지 시원해져 왔다. 게다가 강물의 물살이 다듬어 놓은 동글동글한 조약돌은 강가의 풍경을 한 단계 더 멋지게 디자인하였다. 그리고 넓게 펼쳐진 모래밭은 바닷가의 해변처럼 아름다웠다. 여름햇살에 달궈진 조약돌이나 모래밭을 맨발로 밟으면 뜨거워서 발이 델 정도였다. 그 강에는 매끄럽고 까만색을 띄는 오석(烏石)이 많았다. 수석을 수집하는 아저씨들이 멋진 돌을 줍기 위하여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었다. 그 아저씨들은 이런 멋진 동네에 사는 나에게 부럽다는 표현을 한마디씩 던지고 갔다. 그러면 속으로는 "좋기는 뭐가 좋으냐고, 이런데 한번 살면서 농사를 지어 보라고, 그러면 이런 소리 안나올 껄“하며 혼잣말로 중얼거리곤 했다.        


 이른 아침부터 고기 잡을 채비를 한다. 낚시질을 하기 위해서는 지렁이가 필요하므로 두엄을 뒤져 지렁이를 잡고, 어항을 놓기 위해 된장과 쌀겨를 이용한 떡밥을 만들어야 했다. 떡밥은 된장과 쌀겨, 쌀밥을 버무려 만들었다. 강으로 나가서 먼저 강물 가운데 돌맹이로 둑을 쌓고 어항을 놓을 준비를 한다. 어항은 주로 유리로 만들어져 있는데, 어항으로 물고기가 들어오면 나가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흐르는 물에 떡밥을 붙여 놓으면 물고기는 떡밥을 먹기 위해 어항으로 들어간다. 어항은 그리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고기를 잡을 수 있다. 어항은 물에 잠겨 놓고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이 기다리는 동안에 주로 낚시를 한다. 낚시란 것은 그렇다. 어떤 때는 자주 물고기가 낚이지만 또 어떤 때는 한참을 기다려도 물고기가 낚이지 않는 것이 낚시이다. 그렇지만 낚시에 걸려드는 은빛 물고기를 낚아 올리는 짜릿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낚시를 하다가 어항생각이 나면 어항을 놓아둔 곳으로가서 어항을 들어 올린다. 어항 근처에 갔을 때 어항속이 반짝거리면 고기가 많이 들어온 것이다. 고기가 많이 든 어항을 들어올리는 것 또한 낚시하는 것처럼 짜릿한 기분을 느끼게 해 준다. 이렇게 어항과 낚시를 즐기며 강가에 앉아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세상 모든 근심과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 버릴 것만 같다.    

    

 이렇게 잡은 물고기를 집으로 가져와서 갖은 양념을 넣고 매운탕을 끓이면 아버지와 형이 특히 좋아하였다. 어머니는 비린내가 난다고 싫어 하시면서도 아버지와 형이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매운탕을 끓였다. 지금도 이 매운탕을 생각하면 매운탕의 향이 머릿속에 맴돈다. 아침 출근길의 노래 한곡이 출근하면서 20년 전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오늘은 모든 것을 뒤로하고 강가로 달려가 여유롭게 낚시질이나 하고픈 생각이 든다. 하지만 회사에 도착하면 책상위의 서류들이 이런 생각을 멀리 날려 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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