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풍경-초가집과 울타리

행복한 까시 2006. 6. 29. 18:17
 

 어쩌다 시간이 나면 종이에다 낙서를 한다. 종이만 보면 낙서하는 버릇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하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펜을 든 나의 손이 움직이는 것 같다. 낙서를 하는 주제는 그림이나 한자 예쁜 글씨체 아니면 학창시절 외웠던 시조가 대상이 된다. 그림 중에서는 특히 초가집을 많이 그린다. 아마 어린시절의 추억이 머릿속에 잠재해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그려내는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시절 고향 동네의 대부분은 초가집이었다. 몇몇 부자 집을 제외하고는 초가집이 일반화 되어 있었다. 집터를 다지고 그 위에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운 다음에 벽은 싸리나무로 엮거나 수수대로 엮어서 채운 다음 표면을 흙으로 발라서 벽을 완성하였다. 지붕은 대들보를 올려놓고, 대들보를 중심으로 서까래를 얹어서 지붕을 만들었다. 지붕을 덮을 때에도 맨 아래에는 싸리나무로 엮어서 덮고 그 위를 흙으로 마무리 하였다. 그 다음 짚으로 엮어서 만든 “이엉”이라고 하는 것을 촘촘히 덮어 초가지붕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초가집은 한 폭의 그림이 되는 것이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된 지붕은 편안한 아름다움과 매일 보아도 싫증나지 않는 아름다움을 준다. 색채는 일년 내내 변한다. 가을에 처음 이엉을 입혔을 때에는 짚의 색상인 노란색을 나타내지만 햇빛에 의해 색상이 바래고,  빗물에 의해 짚이 썩으면서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지붕의 색깔이 진한 회색으로 변할 때쯤이면 동네의 아버지들은 힘을 모아서 지붕을 새 짚으로 바꿔주었다. 어린시절 지붕을 바꾸는 날은 어김없이 팥죽을 쑤어 먹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액(厄)을 멀리하기 위한 조상들의 지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초가 지붕위에 핀 새하얀 박꽃과 둥그런 박은 초가집의 풍경에 포인트를 주어 보는 이의 마음을 넉넉하게 표현해 주었다.


 초가집에 어울리는 담은 나뭇가지를 잘라서 만든 울타리였다. 돌로 쌓은 토담도 있지만 싸리가지나 참나무가지를 가지런히 심어서 만든 울타리가 초가집에는 더 잘 어울렸다. 어떤 때는 울타리를 하려고 꽂아 놓은 나무에서 잎이 자라나기도 하였다. 나뭇가지를 꽂아 놓은 중간 중간에 나무를 대고 칡으로 묶어주면 울타리가 완성되는 것이었다. 울타리에 어울리는 대문은 싸리나무를 엮어서 만든 “삽작문”이었다. 울타리에는 여러 가지 식물이 공생한다. 가장 흔한 것이 호박이었다. 여름철 내내 울타리를 뒤덮는 것은 호박 넝쿨이었다. 여름내 따먹고 남은 호박들은 가을에 황금색을 띄며 울타리 군데군데를 장식하였다. 울타리 뒤편의 채마밭에는 “울타리콩”이라 불리는 강낭콩 비슷한 콩들이 울타리를 타고 올라가 열매를 맺었다. 그리고 또 군데군데 나팔꽃들이 피어나 울타리에 꽃 장식을 해 주었다.


 초가집의 또 하나의 소품은 장독대가 있었다. 우리 어머니들이 신성한 장소로 여기는 장독대에는 음식을할 때 기본적으로 쓰이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들이 익어가고, 장아치 등의 밑반찬들이 익어가는 곳이었다. 돌을 깔아서 만든 장독대 돌 틈에는 채송화나 봉숭아 같은 꽃들이 피어났다. 그리고 초가집의 작은 툇마루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앉아서 놀고, 밥을 먹고, 낮에 토막 잠을 자는 장소로 이용되었다. 툇마루 밑의 댓돌에는 어떤 때는 고무신들이 가지런히 있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신발들이 어지럽게 널려져 있는 때도 있었다.


 학창 시절 여백이 있는 교과서 귀퉁이에는 이런 그림을 많이 그렸다. 그림을 그리다 들켜서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기도 하였다. 초가집 지붕위에 핀 하얀 박꽃과 큼지막한 박, 나무를 촘촘히 심어서 만든 울타리도 그려 넣는다. 초가집에는 한지로 만든 문을 달고, 툇마루도 그려 넣는다. 그리고 마당가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가 놓여있는 장독대도 그린다. 마지막으로 하늘에는 별 몇 개와 초승달을 그려 넣어 초가집을 더 운치 있고 멋스럽게 장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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