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풍경-병아리, 봄 그리고 할머니

행복한 까시 2007. 2. 13. 19:20
 

 봄의 색깔은 아마도 노란색일 것 같다.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개나리가 있고, 처음 나오는 새싹들도 거의 노란색에 가까운 색을 띄고 있기 때문이다. 동물들의 무리 중에는 특히 노란색 병아리가 봄을 알려 준다. 그래서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축이 병아리이다. 어린시절에는 병아리의 삐약삐약 소리가 봄을 알려주었다.


 봄이 오면 닭들은 자연스럽게 알을 품었다. 짚으로 엮은 닭둥우리 안에 할머니는 광에 고이 간직했던 달걀을 열다섯 개 정도 조심스럽게 넣어두었다. 그러면 암탉은 둥우리 안에 들어가 알을 품었다. 하루 종일 움직이지 않고 알을 품었다. 가끔 나와서 먹이를 먹고, 물을 한 모금씩 먹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가끔 암탉은 본능적으로 발을 이용하여 알을 굴려가며 뒤집었다. 알에게 골고루 열이 가게 함이었다. 이렇게 스무하루 정도가 지나가면 알에서 병아리가 깨어 나왔다. 열다섯 개의 달걀 중에서 한 세 개 정도는 곯아서 병아리가 되지 못하고 열두 마리 정도가 병아리로 태어난다. 


 병아리가 처음 깨어나면 물에 젖은 것처럼 볼품이 없다가 물기가 건조되고 나면 노란색의 예쁜 병아리로 탈바꿈한다. 아버지는 이 병아리들을 위해 싸리나무를 엮어서 병아리 집을 만들어 주었다. 이 병아리 집은 동네에 있는 개들이나 족제비들의 습격으로부터 병아리를 보호하기 위함이었다. 병아리 집안에서 노란색 병아리들이 삐약거리며 노는 모습은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답다. 삐약거리며 놀다가 개라도 나타나면 병아리들은 일제히 암탉의 날개 속으로 숨어든다. 그 많은 병아리들이 순식간에 엄마 닭의 품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다가 위험한 개가 사라지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엄마 주위를 맴돌며 놀곤 했다.


 병아리는 처음 태어나면 계란 노른자를 먹인다. 병아리가 노른자를 먹는 다는 것이 조금은 엽기적이긴 해도 병아리는 젖을 먹지 못하므로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틀이나 삼일이 지나면 할머니는 귀한 싸래기를 갈아서 주셨다. 조그만 입으로 싸래기 가루를 쪼아 먹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그리고 병아리의 귀여운 모습은 바로 물먹는 모습이다.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물 한 모금 먹고 하늘 한번 쳐다본다. 병아리가 물을 먹는 양도 아주 소량이지만 물먹는 모습은 아주 앙증맞다. 


 병아리는 금방 잘도 자란다. 어린 병아리는 예쁘지만 양 옆에 깃털이 나기 시작하면 모습이 좀 미워진다. 두 달 정도 지나면 노란색 솜털도 빠지고, 닭 본연의 색깔을 띠면서 성장한다. 3개월에서 4개월 정도 지나면 우리들이 흔히 먹는 삼계탕 정도의 크기까지 자란다. 집에서는 약병아리라고 하면서 삼계탕을 해 먹었다. 집에서 키운 병아리로 삼계탕을 해먹는다고 어린시절 떼를 쓰기도 했지만 어른들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병아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은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병아리와 닭들의 모이를 주기 때문에 닭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할머니가 화장실에라도 가려고 일어나시면 닭들도 일제히 할머니 뒤를 졸졸 따라 다녔다. 흔히들 머리가 나쁘면 닭대가리라고 하는데, 이런 것을 보면 닭이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닌 것 같다. 할머니의 사랑을 아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할머니는 가을에 미리 닭의 먹이를 준비해 두셨다. 보리쌀, 옥수수, 싸래기, 조 등을 닭을 위해 준비해 두었다. 그리고 닭은 잡식성이므로 무엇이든지 잘 먹었다. 풀도 뜯어먹고, 지렁이 같은 벌레도 잡아먹고, 개구리나 물고기도 아주 잘 먹는다. 가끔 냇가에 가서 잡아온 물고기나 개구리는 닭에게 있어 최고의 음식이었다.


 지금도 닭이나 병아리를 떠올리면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다. 그만큼 닭과 할머니는 친밀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닭을 기르는 사람들도 없다. 그래서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집도 키우는 집도 키우는 집도 없다. 그 대신 양계장에서 대량으로 그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요즘도 봄이 오면 고향집 마당에서 어미 닭과 병아리들이 놀고 있는 풍경을 회상한다. “구구구구” 소리를 내시며 닭 모이를 주던 할머니 모습을 떠올리며 아름답고 행복한 풍경에 흠뻑 빠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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