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시골 직행버스와 함께한 퇴근길

행복한 까시 2007. 6. 27. 18:34
 

 대학교는 이번 주부터 방학에 들어갔다. 캠퍼스가 썰물이 빠져나간 것처럼 조용하다. 학기  중에 다니던 통학버스가 이번 주부터는 운행을 중단해 오늘을 직행 버스를 이용하여 퇴근길에 올랐다. 학교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읍내까지 나왔다.


 오랜만에 보는 읍내 풍경은 어린시절의 시골 향수를 자극한다. 골목골목 허름한 간판들이 정감이 간다. 카센터, 정육점, 농기계 수리 센터, 다방들, 작은 슈퍼들, 약국, 지역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상가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도회지에 종종거리는 사람과는 대조적으로 사람들도 여유롭다. 날씨가 더운 탓인지 부채를 들고 바람을 일으키며, 파리도 쫓고, 초여름의 뜨거운 기운도 식히고 있다.


 버스 매표소에 도착하니 입구에 여러 곳으로 가는 버스 행선지와 시간표가 눈에 들어온다.  노선도 몇 개 되지 않고, 배차 간격도 한산할 정도로 가끔 한대씩 있다. 아마도 기차가 지나가는 읍내이기 때문에 노선버스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 같다. 버스 정류장에도 사람이 하나도 없다. 시간을 보니 내가 타려는 버스는 30분이나 기다려야 온단다.


 읍내를 걸어 볼까 시도를 하였으나 태양의 열기 때문에 조금 걷다 다시 매표소로 되돌아 왔다. 목이 말라 생수 한 병을 사고, 허름한 의자에 앉아 마셨다. 더워서 그런지 물맛이 꿀맛이다. 앉아서 매표소 주인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두런두런 나누는 이야기를 귀동냥하였다. 읍내 돌아가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주고받는다. 누가 사고를 쳤다는데, 잘 해결되었다는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야기를 하면서 사고 친 아이의 과거 행적까지 소상히 엿듣게 되었다. 꽤나 말썽을 일으키는 읍내에서 유명한 아이인가 보다.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는 거의 텅 빈 채로 왔다.


 버스에 올라서 가다가 보니 완행버스처럼 자주 선다. 한참을 가다가 보니 중고생들이 많이 탄다. 그 모습을 보면서 중 고등학교 시절 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학창시절이 생각이 난다. 조금 가다가 정차하고, 또 조금 가다가 계속 정차하여 사람을 태운다. 원래 서는 곳이 아닌데도 버스기사는 마음이 좋아서인지 손님을 계속 태웠다. 한번은 낚시꾼들을 태웠다. 낚시꾼들은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버스기사에게 한다.


 또 한참을 가다가 보니 어떤 할머니를 태웠다. 그 할머니는 시내버스인줄 알고, 이 버스에게 손을 들어 태워 달라고 청했던 것이었다. 타고 나서 직행버스 인줄 안 할머니는 승객들에게 계속 미안하단 말씀을 반복하신다. 그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때 묻지 않은 순순함을 느꼈다. 더 큰 잘못을 하고 뻔뻔스러움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이 시회에는 얼마나 많은가? 이 작은 실수도 미안해하던 그 할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어떤 아저씨는 큰 소리로 전화를 한다. 그래도 누구하나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도 없다. 모든 것이 여유가 넘치는 풍경이다. 이런 여유가 너무 좋았다. 조금만 불편해도 참지 못하는 도회지의 분위기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가끔 아는 사람들이 타면 반갑게 인사를 하며 동네 소식을 물어보기도 한다.


 이런 모습에 잠시 잠을 청하려던 나의 꿈은 저 멀리 사라졌다. 시끄럽고 어수선한 분위기라 쉽게 잠이 들지 않는다. 눈은 피곤한데 잠은 오지 않는다. 버스가 고속도로로 접어들어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잠깐 자고 깨어 보니 어느새 버스는 시내에 접어들었다. 오랜만에 퇴근을 하며 겪은 일들이 타임머신을 타고 20년을 거슬러 갔다 온 느낌이다. 20년 전으로 돌아가 한편의 서정적인 영화를 찍고 돌아온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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