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매미소리가 들리는 여름 풍경

행복한 까시 2007. 8. 6. 20:34
 

 퇴근을 하는데 매미소리가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린다. 매미소리를 들으면 여름의 한가운데 와 있다는 느낌이 든다. 오랜 경험 때문인지 몰라도 동물적 감각을 통해서도 쉽게 느낄 수 있다. 매미들이 여기저기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울어대는 이 삼복 더위에는 날씨가 최고로 덥다. 따라서 매미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면 푹푹 찌는듯한 날씨가 지속된다는 등식이 내 마음속에서 성립되어 있다. 그 뿐만아니다. 매미소리가 한창일 때 숲을 보면 최고의 절정기에 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초록색이 진해져서 거의 검은 빛깔을 띤다. 이 검은 빛깔을 절정으로 삼복 더위가 지나고 날씨가 조금씩 서늘해 지면 나뭇잎들은 금새 힘이 없어지고, 서서히 노란색으로 변해 가며 가을 맞이 채비를 한다.


 여러 가지 종류의 매미 소리 중에서도 특히 내가 가장 좋아 하는 매미소리는 참매미가 우는 소리이다.

 “맴-맴-맴-맴---맴-------맴”(아니면 윙-윙-윙-윙---윙-------윙)

하면서 울어대는 매미소리이다. 자세히 들어 보면 맴맴하는 소리 같기도 하고, 윙윙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이 참매미 소리는 매력적이다. 그래서 매미 앞에 “참”자가 붙었나 보다. “참”자가 들어간 것은 좋은 것이 아니던가? 들깨보다는 참깨, 오이 보다는 참외, 참게, 참숯 등 진짜를 나타내는 좋다는 뜻이다. 이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을 보면 다른 사람도 참매미 소리가 좋아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을 것이다.


 참매미는 주로 깊은 산에서 울었다. 여름에 외진 산모퉁이에 가면 꼭 참매미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매우 이국적이었다. 이렇게 듣기 좋은 소리가 나는데 집근처에서 울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린시절 참매미는 소리가 너무 좋아서 잡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잡고 싶은 생각이 있었어도 너무 소리가 좋아서 잡을 수가 없었다. 남자들이 너무 예쁜 여자를 보면 건드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쁜 소리를 내는 참매미가 너무 아까워서 잡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 다음 듣기 좋은 소리는 애매미(우리 고향에서는 쓰름매미라고 부른다.)소리이다. 이 소리는 썩 좋은 소리는 아니지만 이 소리를 들으면 고향의 여름이 떠올라 좋아하게 된다. 애매미는 집근처까지 와서 시끄럽게 울어댄다.

 “쓰름 쓰름 쓰름 쓰름-------------”

하면서 그치지 않고 울어 댄다. 가끔 살금살금 다가가면 용케도 알아채고 울음을 멈춘다. 나에게 가장 많이 희생당한 매미가 바로 이 애매미들이다. 거미줄을 잔뜩 수집하여 만든 매미채를 가지고 여름 방학이면 매미 사냥을 나갔다. 하루에 몇 마리씩 매미를 잡았다. 할머니가 조금만 잡으라고 성화를 하셔도 들은척도 하지 않고 매미를 잡아댔다. 잡아다가 실로 다리를 묶어 집에 매달아 놓았다. 이렇게 매달아 놓으면 하루 이틀 지나면서 죽어 버렸다. 아마도 먹이를 먹지 못해서 죽은 것 같다. 이 애매미 소리만 들으면 초등학교때 방학이 생각난다.


 매미소리가 들릴때 시원한 마루에서 한잠자고 나면 그 맛이 정말로 꿀 맛이다. 여기에 수박, 참외, 복숭아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여름에 먹는 감자 볶음, 즉 감자를 콩 등과함께 쪄서 적당히 간을 하고 으깨서 먹는 맛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또한 매미가 울때 여름 냇가에 가서 멱을 감으면 그 시원함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런데 요즈음은 시골까지 냇물이 오염되어 이런 맛을 느낄수 없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맛을 느끼게 해주어야 하는데 이런 것이 많이 아쉽다.


 가장 시끄러운 매미소리는 쓰름매미(우리 고향에서는 왕매미라 부른다.)이다. 크기도 크고 온몸 전체가 검은색이다. 나무의 높은 곳에서 울어서 잡기도 어렵다.

“찌-----찌-------찌------찌-----찌-----찌” 

우는 소리가 커서 아주 시끄럽게 느껴진다. 소리는 시끄러워도 잡기가 어려워 동네 아이들에게 이 왕매미는 아주 귀한 존재 였다. 이 매미 한 마리 잡으면 마치 영웅이라도 된 듯이 우쭐대곤 하였다. 나는 나무도 잘 못올라가고, 또한 이러한 매미 잡는 기술도 없어 다른 아이들이 잡은 왕매미만 부러워했다.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 없는 짓이고, 아무 것도 아니지만 그 당시 어린 아이들에게는 매미 또한 여름을 보내는 하나의 놀잇감이었다. 아이들의 놀이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많은 매미가 희생되었던 것이었다.


 요즘도 가끔 매미 소리를 듣는다. 매미 소리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어린시절 여름 방학이 생각난다. 참매미 소리를 들으면 시골의 외진 산모퉁이의 풍경이 생각나고, 애매미 소리를 들으면 고향집과 냇가에서 멱을 감던 여름 풍경이 생각나다. 왕매미 소리를 들으면 동네 중간에 간간이 멀때처럼 서 있던 미루나무가 서 있는 마을 풍경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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