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행복도 돈주고 사야하는 시대

행복한 까시 2007. 8. 27. 15:10
 

 이제는 아이들의 행복도 돈을 주고 사야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인구의 집중화 도시화가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다. 물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부모들의 책임도 크다고 생각한다. 인공적인 것에만 길들여져 연약해져만 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이 된다.


 8월초 아이들과 함께 수영장에 데려갔다. 나는 비용이 적은 계곡이나 냇가에 가서 물놀이를 했으면 하는데, 아이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냇가의 돌맹이가 발에 밟히는 것이 싫은 것이다. 그리고 개구리, 여치, 개미, 잠자리 등 여러 가지 곤충들이 무섭고 싫은 것이다. 또한 뱀이 나올까봐 무서워서 맘대로 움직이지도 못한다. 그에 비해 수영장은 얼마나 편리한가? 적당한 깊이의 물이 있고, 바닥도 깨끗하고, 맨발로 다녀도 발이 편안하기만 하다. 게다가 미끄럼틀도 있고, 그 또래의 친구들이 있으니 즐겁기만 하다. 한 가지 아이들이 잘 모르는 단점인 물이 더럽다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수영장에 아이들을 풀어 놓으면 무척 행복해 한다. 이 세상을 모두 가진 것처럼 행복해 한다. 그런 모습 때문에 비싼 입장료를 내고 수영장에 데려간다. 입장료만 비싼 것이 아니다. 그 안에서 간식이나 음식을 사먹으려면 수월찮게 돈이 들어간다.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서, 또한 아이스크림이나, 컵라면, 어묵, 햄 등을 먹으면서 행복해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돈으로 아이들의 행복을 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휴가 때 일산 호수공원에 위치한 실내놀이터 아이들을 데려갔다. 아이들의 이런 놀이 시설을 너무나 좋아한다. 입장료가 그리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하니까 데려가지 않을 수가 없다. 아이들의 놀이기구도 제법 많았고, 놀이 기구에 바람을 넣어 만든 것이 대부분이어서 안전성도 마음에 들었다. 약간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는 안전 요원이 배치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입장하자마자 입이 귀에 걸렸다. 우리 딸들과 조카 한 놈까지 세 놈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뛰어 다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니 내 마음도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노는데 이렇게 비용까지 지불해야 하는가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물론 매일 가는 것이 아니라고 마음속으로 위안을 해보지만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막상 또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면 데려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주말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에 갔다. 주위에 있는 아이들이 요즘 유행하는 영화 “디워”를 보았으니 딸들도 봐야 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한다. 영화를 본지도 오래되어 결국 보러 가기로 하였다. 극장에 도착해서 표를 끊고 나니 팝콘을 사달라고 한다. 팝콘을 사려고 줄서 있는데,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너무 행복해 보였다. 팝콘을 먹는다는 즐거움이 얼굴에 가득 묘사되어 있었다. 그 표정에 눈이 멀어 팝콘에 음료수까지 사주었다. 팝콘을 먹으며 즐겁게 영화관에 입장하던 딸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요즘 딸들과 함께 겪은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요즘아이들은 돈을 주고 산 어떤 것들이 아이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수영장, 실내놀이터, 영화관 등 모두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데서 행복을 찾는 것 같다. 우리가 자랄 때와는 많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우리 세대가 자랄 때 적은 비용을 지불했던 것과는 다르게 요즘은 놀고 즐기는데도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 같다. 비용을 지불하는 양에 비례해서 행복감의 양도 증가하는 것 같다. 이렇게 돌아가는 세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도 생긴다.


 먹는 것에서부터 놀이하는 것까지 자연 친화적인 것보다 인공적인 것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앞으로는 더욱더 이런 현상이 가속화 될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서 지금보다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인간들이 지금보다 더 인공적인 것에 길들여진다면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살아갈 세상은 돈 한 푼 없다면 단 한 시간이라도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