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엄마 생신 때 꿀떡 사드릴께요.

행복한 까시 2007. 9. 8. 12:27
 아내의 생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 귀염둥이 딸들은 엄마 생일 준비로 벌써부터 분주하다. 시간만 나면 엄마 생일 선물로 무엇이 좋을지 궁리를 하고 있다.


 큰 딸이 제안을 한다.

 “ 야 승진아 엄마 생신 때 신발 사드리자.”

 작은 딸도 한마디 한다.

 “ 아냐 옷을 사드리자.”

 나도 한마디 거든다.

 “ 야 니들이 돈이 어디 있냐? 엄마 말이나 잘 듣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그게 엄마한테 큰 선물이다”

 “에이 시시해”

 하며 두 딸은 냉소적이다.


 또 한번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생신때 뭐 갖고 싶어요?”

 아내는 생각이 안나는지 잠시 머뭇거리더니

  “글쎄 갖고 싶은 것이 없는데....... 엄마는 현금이 좋단다.”

 라고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하며 말끝을 흐린다.


사실 딸들은 돈도 없다. 엄마 생일 선물을 사기 위해 두 딸이 갖고 있던 쌈지돈을 합쳤다고 한다. 합친 돈이 오천 몇백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 것도 내주머니에서 강탈해간 돈이 절반은 된다. 엄마 생일 선물 산다고 얼마를 졸라서 얻어 낸돈이다.


어제는 아내가 무심결에 떡을 먹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니 아이들이 엄마 생일 선물로 떡을 사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예쁜 메모지에 엄마에게 꿀떡을 사주겠다고 메모를 해 놓고 있다. 그리고 아내가 현금이 좋다고 하니까 떡을 사고 남은 현금은 엄마에게 주겠다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엄마 나중에 아실거니까

  지금은 모른척하고 계세요.

  엄마 생신 때 꿀떡 사드리고

  남은 돈은 엄마께 드릴께요.

  엄마, 사랑해요.


   -상진 올림-

 

 

 

 

 

 아이들이 무슨 일을 하는 것을 보면 재미있다. 아마도 순수함이 녹아 있어서 어른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 같다. 아이들 때문에 아내의 이번 생일은 행복할 것 같다. 아이들이 생일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선물이 될 것 같다. 어떤 큰 선물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선물일 것이다. 이것은 순전히 나만의 생각일지모르지만, 아내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아이들은 가끔 어른들을 화나게 하지만 이런 즐거움 때문에 화나는 일들이 반감되는 것 같다. 누군가 말했듯이 아이들은 키운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는 말을 다시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