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딸들 앞에서 아빠가 바보같이 되는 이유?

행복한 까시 2007. 10. 21. 08:11
 

 아침을 먹고 나니 작은 놈이 심심한가 보다. 언니가 학교가는 토요일이라 혼자 있으니 더 심심해 한다. 문구점에 가서 무엇을 사고 싶은 것이 있는지 문구점에 가겠다고 떼를 쓴다. 얼마 전에 큰엄마가 준 용돈을 이리저리 다쓰고, 동전 몇닢이 남았는데 그것을 못 써서 안달이 났다.

 “엄마 나 문구점 갈래”

 “안돼, 자꾸 문구점에 가 버릇하면 못쓴다.”

 “그래도 갈래”

 도무지 말을 들어 먹지 않는다.

 “너 정말 말 안들을래.” 

 드디어 아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옆에 있던 내가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를 쳤다. 작은 딸의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글썽글썽 해졌다.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는데도 나는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아내의 야단치는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억지로 웃음을 참고 있다. 작은 딸은 안방의 침대로 가서 머리를 침대에 대고 엎드려 있다. 작은 딸이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잠시후에 작은 딸이 나와서 아내를 노려 본다. 그 모습이 꼭 내가 화났을 때 같다고 한다. 아내는 웃음을 억지로 참으면서 작은 딸과 2차전에 들어갔다. 아내가 작은 딸을 부른다.

 “야 이승진 나와봐. 엄마한테 그게 무슨 버릇이야. 잘했어? 잘못했어?”

 작은딸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 입은 가만히 있고, 눈에서만 반응을 한다. 눈에 눈물이 주르륵 흘러 내린다. 엄마가 안아 준다고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아직도 분이 안풀렸나 보다. 다시 침대로 가서 엎드려 있다. 눈물은 말랐고,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았는지 내가 말을 걸어도 아무말도 안한다. 아직도 화난 상태를 풀기 싫은 모양이다.

   

 내가 귀속말로 조용히 말을 걸었다.

 “아빠 미용실 갈건데 같이 갈래? 갔다 오는 길에 아빠가 맛있는 것 사 줄게.

  어서 머리 예쁘게 빗고 옷 입어.”

 작은 딸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다. 속으로는 좋은 것 같은데 아직 화난 모습을 풀기 싫어 하는 눈치이다. 나도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보니 작은 딸의 화가 어느정도 풀린 것 같다. 머리도 예쁘게 빗고, 옷도 예쁜 것으로 갈아 입었다. 얼굴을 보니 화내던 모습이 다 사라져 버렸다. ‘언제 제가 화낸적이 있나요’ 하는 표정으로 서 있다.


 작은 딸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제법 차다. 바람이 옷깃을 파고 들어 더 춥게 느껴진다. 머리를 깍고 나서 슈퍼마켓으로 갔다. 작은 딸은 다 알면서 천연덕스럽게 나에게 묻는다.

 “아빠 슈퍼에는 왜 가는거야?”

 “아까 네가 과자 안사준다고 떼썼쟎아?”

 “내가 언제 그랬어? 아빠가 내가 아무말도 안했는데, 그냥 과자 사준다고 했쟎아”

 “그래 네 말이 맞다.”

 과자가 먹고 싶어 미용실까지 따라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빠져 나간다. 그러면서도 작은 딸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 야, 먹고 싶은 것 골라라. 아빠는 이빨 썩는 것은 안 골랐으면 좋겠다.” 

 작은딸은 요구르트 맛이나는 캬라멜을 고른다. 매일 슈퍼에 오면 고르는 것이다. 다른 때는 포도맛, 딸기맛을 골랐는데 오늘은 요구르트 맛이 나는 것을 골랐다.

 “언니 것도 사야지. 너만 먹냐?”

 사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눈앞에 보이는 놈만 사준다. 그런데 아내는 큰놈 것을 빼놓고 사오면 늘 잔소리를 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지 자연스럽게 큰놈 것도 챙기는 습관이 나도 모르게 들게 되었다.

 “언니는 감자로 만든 과자를 좋아해. 감자로 만든 과자 사면 돼.”

 그랬다. 큰 놈은 감자로 만든 스낵을 좋아한다. 이런 취향을 작은딸이 잘 아는 것이다. 작은 딸이 좋아하는 캬라멜과 큰딸이 좋아하는 감자스낵을 들고 슈퍼 문을 나섰다. 작은 딸은 두가지 과자를 양손에 들고 개선장군처럼 집으로 향한다. 얼굴에 가득 행복해 하는 모습이 가득하다. 그야말로 과자 한봉지의 행복이다. 그 행복한 모습은 혼자 보기가 아까울 정도이다. 양손에 과자를 들고, 얼굴에는 밝은 미소를 가득 머금은 채 깡충깡충 뛴다.


 작은 딸은 오늘도 과자를 얻어내는 목적을 달성했다. 내가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날은 꼭 이런 식으로 과자를 얻어낸다. 언니를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과자를 얻어내던가, 아니면 내가 밖에 볼일보러 나갈 때 따라 나서서 먹고 싶은 캬라멜을 얻어 내는 것이다.

 

 집으로 돌아 오니 아내가 웃으며 한마디 한다.

 “오늘도 작은딸에게 또 당했네. 아휴! 자기는 작은딸이라면 꼼짝도 못해.”   

 이렇게 매일 작은딸에게 당하는데도 기분이 좋다. 뻔히 알면서도 매번 바보 같이 당한다. 왜 아이들 앞에만 서면 바보가 되는지 모르겠다. 딸들에 대한 사랑 때문에 눈에 콩깍지를 붙어 나는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고향집 가는 초입 강변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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