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엄마 흉내 잘 내는 귀여운 작은 딸

행복한 까시 2007. 11. 8. 10:30
 

 얼마 전 모 보험사 광고에 아이가 등장해서 엄마 흉내를 낸 광고가 있었다. 아빠가 퇴근 후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는데, 딸아이가 변기에 걸터앉아 잔소리를 해 댄다. 그 광고가 참 인상적이었다. 작은 아이가 나와 엄마처럼 잔소리를 하는 모습이 꼭 우리 작은 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술 먹었지?”

 “내가 술 먹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다 병원 갈려고 그래.”

 “아휴 내가 못살아!”


  아이들은 엄마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머릿속에 저장했다가 그대로 뱉어내는 것 같다. 보통의 아이들이 엄마의 말투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처럼 우리 집 작은 놈도 엄마의 흉내를 잘 낸다. 특히 기분이 좋을 때나 소꿉놀이 할 때면 엄마의 목소리 톤이나 억양까지 똑같이 흉내를 낸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또 한바탕 웃는다. 아이들 때문에 집안에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 아빠가 퇴근해서 돌아오면 


 매일은 아니지만 아내가 일을 하거나 바쁠 때 작은 놈이 퇴근하는 나를 맞이할 때가 있다. 현관에 다가와서 콧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자기야, 힘들었지.”

 “배고프겠다!”

 “자기야, 어서 씻고 밥 먹자.”

하면서 방으로 따라 들어온다. 방으로 따라 들어와 양말도 벗겨주고, 옷도 받아준다. 작은 딸이 아내노릇은 제법이다. 어떤 때 보면 아내보다도 더 세심한 것 같다. 가끔 아내에게 작은 놈이 더 낫다고 비아냥거릴 때도 있다.

 

 

# 언니에게 한마디


 아내는 큰딸에게 야단을 많이 치게 된다. 물론 큰딸이 잘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작은딸을 통제하기 위해서 일부러 야단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렇다 보니 가끔 작은 딸도 언니한테 야단을 치는 것이다. 언니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기분이 나쁠 때에는 엄마가 자주하는 말을 그대로 흉내 낸다.

 “엄마가 징징거리지 말라고 했지”

 “빨리 들어가서 공부하고 놀아.”

 “공부하면서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정리 좀 해라! 정리안하면 다 가져다 버린다.”

하면서 언니에게 야단을 한다. 이때는 언니에게 버르장머리 없다고 혼을 내지만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와서 돌아서서 웃고 만다.

 


 # 전화를 받으며


 가장 웃기는 대목이다. 어느 휴일 날에 장난감 휴대폰을 가지고 엄마 흉내를 내는데 성대모사 잘하는 개그맨은 저리가라 이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 때의 상황을 재연하고 싶어서 쓰는 것이다.

 “여보세요.”

 “어 영자구나!”

 “진짜 오래간만이다.”

 “근대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어 순이가 알려줬다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지.”

 “나야 잘 지내지 머”

 “정말 반갑다.”

 “애들은?"

 “중학교 다닌다고?”

 “나는 한 놈은 초등학교 다니고, 한 놈은 어린이집 다녀.”

 “이렇게 얘기 할게 아니라 언제 한번 만나자”

 “그래 만나서 밥 한번 먹자”

 “내가 살께.”

 “아냐, 내가 사야지”

 “아니라니까 내가 산다니까.”

 “알았어 일단 먹구 해결 하자구.”

 “그래 잘 지내구”

 “정말 반갑다! 얘”

 “끊어, 또 연락 할게”


 상황은 훨씬 더 현실감이 있는데, 글로 표현하니 재미가 덜하다. 아무튼 옆에서 종용히 듣고 있는데 얼마나 웃긴지 모르겠다.


 어른들의 말을 그대로 흉내 낸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다. 이런 것을 보면서 아이들 앞에서는 말 한마디라도 조심해야 한다. 아이들은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다 듣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을 흉내 내는 작은 딸을 보며 아이들의 행동과 언어는 어른들의 거울이라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