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엄마 제 인형 왜 버리셨어요?

행복한 까시 2008. 1. 6. 20:27
 

 우리 딸들에게 각자 애지중지하는 인형 하나씩 있었다. 큰딸이 가지고 놀던 인형 이름은 강순이(강아지 인형) 이고, 작은딸이 가지고 놀던 인형이름은 곰곰이(곰 인형)이다. 오랫동안 가지고 놀다가 보니 낡고 여기저기 구멍이 나서 아내가 버렸다. 아내는 오래전부터 구멍 난 인형이 싫다고 말해 왔었다. 그리고 인형을 너무 딸들의 분신처럼 생각하는 것이 싫다고 종종 말해 왔었다. 그러더니 며칠 전에 인형을 버리는 일을 실행에 옮겼다. 딸들은 인형을 버리자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괜히 버렸나하는 후회를 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쓰레기가 벌써 버려져서 찾을 수도 없게 되었다. 똑같은 인형을 사주겠다며 겨우 달랬다. 하지만 시내를 돌아다녀 봐도 똑같은 인형을 찾을 수가 없어서 아직까지도 사주지 못하고 있다.


 어느 날 딸의 일기장을 들여다보았다. 일기장에는 인형에 대한 애틋함이 구구절절이 나타나 있다. 인형에 대한 애착이 안쓰럽기만 하다.

 

 

  # 내 인형 강순이(1)    

                                                         2007년 12월 26일(수요일)

 

  내겐 조그마하고 귀여운 강아지 인형이 있다.

  나는 강아지 인형만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고 다른 인형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의 이름은 강순이었다. 강순이는 너무 귀여웠다.

  앵두 같은 눈, 딸기 같은 코…….

  강순이는 내가 7살 때 아빠께서 사 주신 인형인데 내가 지금 10살이니깐 벌써 3년이 지났다.

  나에겐 원래 곰순이라는 곰 인형이 있었다.

  그러나 내 동생이 4살 때 강순이를 보니 가지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내 동생이 내 마음을 알아채고 강순이를 주었다.

  나는 그때부터 곰순이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오늘 곰순이는 내것이 되고 말았다.

  왜냐하면 강순이에게 승진이가 가위로 구멍을 낸 것이다.

  그래서 엄마께서 강순이를 버리셨다.

  나는 승진이가 원망스러웠다.

  지금 내 마음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리고 허전하다.

  강순이가 내 마음 속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 

 


 # 내 인형 강순이(2)    

                                                        2007년 12월 27일(목요일)

 

  어제 버린 강순이가 내 눈앞에 아른거려서 자꾸만 눈물이 나온다.

  밤에도 너무 허전하다.

  밤에 나랑 항상 같이 잤는데 이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니 다 싫어졌다.

  공부할 때도, 이모네 집에 갈 때도 언제나 귀여워하며 데리고 다녔는데

  이제는 그것도 할 수 없었다.

  차라리 방학 때 놀러가지 않고 강순이가 되돌아왔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

  “강순아, 꼭 다시 만나야 해.”

  너무 슬프다.

 

 

  *맨 오른쪽에 있는 인형이 강순이 입니다.


 

   강순아 사랑해

  다음번에는 우리 곁에 돌아와야 해 알겠지

   그럼 다시 만나자

  ♡ 강순이 ♡

 

  

 

 

 

 # 작은딸의 곰곰이 인형


  곰곰아 사랑해

  다음번에는 우리 곁에 돌아와야 해 알겠지

  그럼 다시 만나자

  ♡ 곰곰이 ♡

 

 

 

  *이 인형이 곰곰이 입니다.

 

 

  엄마 아빠께

  안녕하세요?

  강순이랑 곰곰이 어디 있어요?

  쓰레기통에 있으면 엄마와 우리랑 같이 강순이와 곰곰이 도로 주우러 가요.

  강순이랑 곰곰이 보고 싶어요.

  자꾸만 눈물이 나와요.

  다른 인형 갖고 싶지 않아요.

  안녕히 계세요.

  승진 올림.

 

 


 아직도 우리 딸들은 이렇게 인형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이런 미련을 씻어내는 데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