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뽀뽀를 해주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방

행복한 까시 2007. 11. 10. 10:48
 

 우리집에는 방이 세 개가 있다. 가장 큰 방은 아내가 쓰는 방, 두 번째로 큰 방은 큰아이가 쓰는 공부방, 작은 방은 작은 놈이 쓰는 방이다. 가족회의를 통해서 정한 방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정해 버린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쓰다 보니 불문율처럼 정해져 사용하고 있다. 나는 그냥 이방 저방을 전전하며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방에 얽힌 이야기도 자주 발생한다. 아이들은 화가 나거나 가족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내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협박을 하곤 한다.


 특히 우리집 작은 놈은 자기방에 대한 위세가 대단하다. 우선 작은 놈 방에는 컴퓨터가 있기 때문에 가족들의 활용도가 높은 방이다. 그리고 그 방에는 옷들이 있기 때문에 옷을 갈아입거나 집사람이 화장을 하려면 반드시 그 방을 사용해야만 한다. 방의 이러한 쓰임새를 파악한 작은 딸은 자기 방을 협박용으로 이용해 먹는 것이다.


 며칠전 퇴근해서 돌아와 초인종을 누르려다 웃음이 나와서 한바탕 웃은 적이 있었다. 초인종에 메모지로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빠 들어오면 저 한테 뽀뽀를 해주셔야 내방에 들어 갈수 있습니다.’

 

 

 

 


 아직도 이 문구는 초인종에 붙어 있다. 작은 놈이 떼지 못하게 한다. 이 메모지를 보고 물건을 배달하러 온 배달원들이 한바탕 웃고 돌아갔다고 한다. 어제도 퇴근 후에 작은 딸에게 뽀뽀를 해 주고 나서야 작은 방에 가서 옷을 갈아 입을 수가 있었다.


 가끔은 또 이런 횡포도 부린다. 작은 놈은 그 방 앞에서 들어 갈 때마다 이름을 대고 들어 가게 한다. 문 앞을 가로 막고서 이름을 말하라고 한다. 이문은 이름을 말해야 열리는 문이라고 한다. 할 수 없이 이름을 말하고 그 방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또 언니와 싸우면 그 불똥이 우리에게도 튀는 것이다. 아무도 그 방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작은 놈 화가 풀릴 때까지 들어 갈 수 없다. 아내는 막무가내로 들어 가지만 나는 협상을 하여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들어 간다. 놀아준다든가 먹을 것을 사주고 들어가는 때가 많다.


 작은 놈의 메모지 하나에 온가족이 한바탕 웃었다. 아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가 집안 분위기를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우리집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 것이다. 이런 작은 즐거움을 오래동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