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입사도 어렵지만 퇴사도 어렵다.

행복한 까시 2007. 11. 15. 10:00
 

 올해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하여 두 번 퇴사를 하게 되었다. 한 해에 세 군데의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한번은 회사가 매각되는 바람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퇴사하게 되어 쉽게 퇴사를 하였지만 두 번째는 내 의지에 의해 퇴사하는 것이라 마음이 복잡하다. 퇴사를 한다는 것은 앞으로 다닐 회사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기존 회사에 대해 정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이다.


 첫째 회사에서 더 근무하라고 붙잡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한다. 회사에서 붙잡는다는 것은 퇴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기분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상사가 있으면 괴롭다. 협박도 했다가 회유도 했다가 몇날 며칠을 면담하다가 보면 힘이 쫙 빠진다. 게다가 위에 상사가 많다면 면담해야 할 사람은 많아지고 면담 시간도 길어진다. 사실 퇴사한다고 발표를 했는데, 상사가 붙잡지 않고 바로 사표를 수리해 주면 섭섭한 마음이 들 것이다. 퇴사하는 당사자는 더 일하라고 붙잡아도 괴롭고, 아무 말 없이 사표를 수리해도 괴로운 것이다.


 두 번째는 그동안 정든 동료들과 헤어진다는 것이 힘들다. 그냥 독하게 마음먹고 퇴사를 하면 그만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지 않다. 그동안 일을 하며 정이 들었던 동료들이 많이 있다. 특히 나에게 도움을 준 선후배 동료들이 많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의지하며 같이 일했던 후배를 두고 퇴사하는 마음은 마치 사랑하는 동생을 들판에 버리는 것과 같은 마음이다. 그리고 내가 하던 일들이 동료에게 맡겨져서 그 동료의 업무가 늘어나는 것을 볼 때에도 가슴이 아프다. 


 세 번째는 퇴사하기 위해 각 부서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하는 것이 힘들다. 사람들에게 인사하면서 똑같은 질문에 똑같은 대답을 하는 것이 힘들다. “어디로 가요?”, “무슨 일 할 거예요?”, “왜 퇴사하는 거예요?”, “회사에 뭐 문제 있어요?” 등등의 질문 공세에 일일이 대답하는 것이 힘들다. 회사가 크면 클수록, 근무 연수가 길면 길수록 인사할 사람도 많아진다. 하루 종일 인사하러 다니다 보면 지쳐 버린다. 그리고 이직할 회사에 대해 말하기 싫거나 말 할 수 없는 상황일 경우에는 더 힘들다.


 네 번째는 동료들이 퇴사하는 나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 볼 때에도 힘들다. 사실 이직을 하면 대부분이 더 힘들 수밖에 없다. 경력직은 처음에 입사하면 회사에서 기대치가 높기 때문에 회사에서 검증이 완료될 때까지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를 옮긴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 회사에 가도 나름대로 고통이 있고,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퇴사하는 이유는 지금 다니는 곳에서 입사할 때 연봉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그만 두는 것이다. 제시했던 약속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앞으로도 지켜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이직을 결정한 것이다. 다행이 나를 필요로 하는 회사를 만나서 이직하게 된 것이다. 사직서를 제출하니 이제서 약속을 지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퇴사를 한다고 발표를 하면 퇴직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직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도 일단은 가야 한다. 만일 다시 눌러 앉게 되면 앞으로 입사할 회사에게도 폐를 끼치게 되고, 기존 회사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그리 곱지는 않다.


 퇴사를 한다는 것은 입사하는 것 못지않게 힘들고 어렵다. 그러나 어려워도 이직은 해야 한다. 자신의 능력발휘를 위해서, 자신의 능력에 비해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이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직을 하거나 계획 중에 있는 사람들은 이직할 회사에 대해 사전정보를 면밀히 파악하고, 한번 퇴직 의사를 밝혔으면 반드시 퇴직하라고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퇴직 할 때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도 꿋꿋이 실행에 옮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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