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어느 회사원의 무기력한 일상

행복한 까시 2008. 10. 16. 19:50

 

 일년 전 직장을 옮기고 참으로 바쁘게 살아왔다. 거의 매일 야근을 해야 했다. 어쩌다 회사 문을 일찍 나서는 날은 회식이 있거나 개인적으로 아주 급한 볼일이 있는 날이나 가능했다. 이제 몸도 지쳤는지 며칠간 감기몸살로 고생을 했다. 예전 같으면 감기에 걸려도 한 이삼일 정도 앓고 나면 툭툭 털고 일어났는데 열흘 정도 지나도 완전히 감기가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기분이 가라앉고 우울한 생각들만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하고 있다.


 바쁜 것은 사람을 여유가 없게 만든다. 머리도 비워야 다시 채워지는 법인데, 늘 머릿속은 업무로 가득 차 있다가 보니 다른 것이 비집고 들어가지 못한다. 시간도 없지만 시간이 나더라도 머리에 가득 찬 복잡한 일 때문에 다른 것을 머릿속에 집어넣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블로그에 대한 흥미가 점점 떨어져가고 있다. 요즘은 블로그 활동을 하는 것도 힘겹게 느껴진다. 머릿속이 바쁘고 복잡하다가 보니 글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글이 떠오르지 않는다. 몇 줄 쓰다가 포기하고, 다시 몇 줄 쓰다가 보면 또 생각이 나지 않는다. 차라리 쉬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며 컴퓨터의 전원을 꺼버린다. 글을 쓰는 것도 힘들고, 남의 글을 읽는 다는 것도 힘들다. 요즈음은 블로그를 한다는 사실 조차도 나에게는 사치인 것  같다.   


 바쁘다는 핑계로 더 게을러 진 것 같다. 그동안 자기 계발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나날이 지속되었다. 물론 회사 일만 열심히 하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만, 나 자신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내 자신이 용납할 수가 없다. 그래도 예전에는 학교를 다닌다거나 틈틈이 영어 공부도 하고, 책도 틈틈이 읽어가며 내 자신을 위한 공부를 꾸준히 해 왔다. 그러면 마음속에 많은 위안이 되었다. 그것은 마음속에 있는 보험과도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회사가 나를 배신하더라도 마음에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힘들고 바쁘다는 핑계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추처럼 그저 집과 회사를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하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아무 생각이 없다. 그냥 넋 나간 사람처럼 회사와 집을 무의식적으로 왔다 갔다하고 있다. 회사의 일도 그냥 반복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하루하루 내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서서히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나 자신을 위해 하는 일 없이 게으른 상태로 지낸다는 것이 괴롭기만 하다. 목표 없는 일상들이 나 자신을 더욱더 초라하게 만드는 느낌이다. 그리고 낭떠러지로 나를 점점 밀어 넣는 느낌이 든다. 매일 아침 자고 일어나면 오늘부터는 다르게 행동해야지 다짐을 해보지만  저녁때 퇴근길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온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요즘은 내 자신과 함께 허탈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무기력한 경제 상황들, 폭락하는 주식, 오르기만 하는 환율, 무책임한 공무원들의 행동을 보니 힘이 더 빠진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는 내 상황처럼 주변 환경도 나처럼 무기력하기만 하다. 그래도 사람들은 모두가 살려고 발버둥치고 있는데 나 자신만 무기력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탐욕스럽게 재산을 모으고, 쌀 직불금도 부풀려서, 중복해서 타 가는데, 나는 너무 무기력하게 세상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가 든다. 그냥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바보같이 느껴지는 세상이다.


 요즘은 마음이 어지럽다. 여러 가지 일에 회의가 많이 든다. 내 자신을 위해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는 내 자신이 밉다. 바쁘다는 것으로 핑계로 게으른 것을 합리화시키는 내 자신이 부끄럽기만 하다. 지금부터라도 툭툭 털고 일어나야겠다. 우선 이 가을에 책이라도 한권 구입해서 읽어야겠다. 그러면서 무기력한 마음을 먼지 털듯이 툭툭 털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