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회사 구조조정에 부서 직원 모두 울었다.

행복한 까시 2008. 11. 26. 22:05

 

 오늘저녁에 회식이 있었다. 같이 자리하고 싶지 않은 너무나도 슬픈 회식자리였다. 정말 어디로 숨을 수 있으면 숨어버리고 싶은 회식자리였다. 부서 직원 23명중 7명이 자의반 타의반 사직서를 내거나 구조조정으로 그만두게 되었다. 약 30%가 조정된 것이다. 경제 위기가 회사의 경영을 어렵게 하여 회사도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얼마 전부터 회사의 분위기는 싸늘해졌다. 구조조정의 한파가 분위기를 냉랭하게 만든 것이다. 겨울 초입의 쌀쌀한 날씨는 내 마음을 더 춥게 했다. 


 무거운 마음을 이끌고 회식자리로 향했다. 회식장소로 가는 차안에서 여러 가지 생각이 스쳐간다. 전 직장에서도 이런 구조조정은 있었다. 그 때 몇 차례 구조조정에도 살아남은 나였다.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책임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에 남은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구조조정 이야기만 나와도 신물이 난다. 구조조정 이야기만 들어도 지긋지긋해 지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먼저 사직서를 제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만두는 방법밖에 없었다. 살아남는다고 해도 회사에 비전도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차라리 내가 그만 두는 것이 후배들 한명이라도 더 살아남게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었다. 그래서 나도 이번 회식자리에는 송별식을 받는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마음은 편하지 않다. 구조조정은 떠나는 사람도 남아있는 사람도 모두 말로 표현 할 수 없이힘든 것이다.    


 음식점에 들어서자 회식자리 분위기는 싸늘했다. 아무리 분위기를 띄우려해도 분위기가 살지 않았다. 오늘따라 소주 맛은 더욱 쓰고, 평상시에 즐겨먹던 삼겹살 맛은 무슨 맛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들 고기가 먹을 기분이 아닌지 불판위에서 고기는 시커멓게 타고 있다. 그 고기가 우리들의 마음 같이 타고 있는 것이다. 고기를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이며, 세상을 원망하고, 회사를 원망해 보았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들어주는 이는 하나도 없다. 우리들 끼리만의 푸념이 되어버린 것이다.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슬퍼서 모두 취해버렸다. 평상시보다 많은 술을 마셨다. 떠나는 사람들은 억울해서 술을 더 마시고, 남은 사람들은 미안한 마음에 술을 더 많이 마셨다. 사실 남은 사람들도, 떠나는 사람들도 모두 잘못이 없다. 회사의 경영책임을 힘없는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이 야속한 것이다. 특이 우리들의 최고 고참인 팀장님이 미안하다는 말을 회식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하셨다. 회사에서도 며칠동안 미안하단 말을 달고 살았다. 내가 미안해하지 마시라고 했다. 팀장님 잘못이 절대 아니니 미안해 하지 마시라고 하였다. 대신에 떠나는 사람 모두 더 열심히 일해서 떠난 것이 잘된 선택이라는 것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회식이 끝나갈 무렵 우리 팀의 막내 여직원이 먼저 들어가겠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이제는 이별의 시간이다. 이제는 여직원을 사무실에서 다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막내 여직원을 떠나보내며 팀장님은 눈물을 훔쳤다. 나도 떠나는 입장이지만 그 여직원은 바로 나와 가까이에서 일한 직원이었다. 떠나는 여직원의 뒷모습이 너무 애처러워 보여 순간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참으려고 하니 더욱더 눈물이 났다.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아 보지만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 내렸다. 회식자리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울었다. 떠나가는 동료들의 뒷모습 때문에, 힘없고 초라한 내 모습이 미워서, 무조건 구조조정만 강요하는 회사가 원망스러워 울었다.


 한참동안 눈물을 흘리고 이를 악물었다. 이제는 울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눈물은 이 순간으로 끝이라고 말이다. 세상은 넓다. 이 회사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보면 더 넓은 세상이 있다. 지금보다 더 힘든 일이 있겠지만 열심히 헤쳐 나가야 한다. 먼 훗날 오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일할 것이다. 이번에 떠나가는 직원들도 이런 마음으로 일하고 생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