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이야기

2007년 회사가 매각되던 날 쓴 일기

행복한 까시 2008. 9. 20. 18:13

 요즘 우리나라도 회사를 사고 파는 일이 흔해진 것 같다. 작년에 오랫동안 근무하던 회사가 갑자기 매각되었다. 그때는 너무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서 이 이야기를 하기가 싫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니 이제는 그 상처도 아물고, 그 상처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와 졌다. 이제는 자연스럽게 그때의 일을 이야기 할 정도가 되었다. 이제 와서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지금도 이와 비슷한 일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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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3월의 어느날, 평화롭게 근무하고 있는데, 직원이 인터넷을 보면서 소리를 쳤다.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고 말이다. 달려가서 기사를 확인해 보니 회사의 매각이 진행된다는 뉴스가 떴다.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히 기사가 난 것이다. 매각을 하더러도 고용은 승계되지 않고, 브랜드와 영업 유통만 인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는 직원 일부를 고용 승계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현재의 정황으로 보아서는 아닌 것 같다. 너무 기가 막혀서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우선 점심을 먹고 생각하자고 마음먹고 식당으로 갔다. 직원들 모두 허탈한 모습으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였다. 


 얼마 전부터 매각 된다는 소문이 들리기는 하였다. 그런데 나 자신은 순진하게도 그것을 믿지 않았다. 우선 매각하기에는 브랜드와 제품의 반응이 좋기 때문에 절대로 매각하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설사 매각된다고 하더라도 오너가 경영하는 또 다른 계열사에 합병이라는 형식으로 매각될 줄 예상했었다. 그래서 별다른 대책 없이 오너의 동태만 파악하고, 움직임만 살피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회사의 자금 사정이라든가 매출 사정이 그리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표정을 보면 별 걱정이 없는 사람들처럼 보여 마음을 놓고 있었다.


 지난 몇 년간은 회사생활에서 여러 가지 힘든 적도 있었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장님을 비롯하여 임원들과도 큰 무리 없이 원만히 지내고, 직원들과도 관계가 좋았다. 단지 매출에 대한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문제였던 것이었다. 그것은 소비재 특성상 광고 같은 곳에 영업비를 투자하지 않아서 발생된 상황이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런 행복한 시간들이 회사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베풀어준 선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행복한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불길한 생각이 들은 것도 사실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회사가 너무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무슨 큰일이라도 벌어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동태를 파악해도 낌새를 알아낼 수 없었다. 아주 극비리에 진행한 것 같다. 사장님도 모르게 오너 측에서 진행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사장님도 경영사장이기 때문에 그다지 회사에는 실권은 없다. 이렇게 무슨 일이 일어날 것 인가를 고민하던 차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점심을 먹고 나서 직원들을 불러 모았다. 우선 회사를 그만둔다는 각오로 정리를 하라고 지시를 했다. 그리고 너무 동요하지 말고, 회사에서 받아낼 수 있는 것은 최대한으로 받아내야 하니까 서무 성급하게 사표를 제출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직할 회사를 알아보라고 했다. 일단은 여기 받을 것을 받아내면서 이직을 하라고 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하고, 침착해야 한다고 누차 강조를 했다. 사실 직원들 이직 문제는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들 기술자들이라 눈높이만 조금 낮춘다면 이직 하는 데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직원들은 이직을 해야 한다는 불안감에 기운이 많이 빠져있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속으로는 약간 걱정이 되지만 직원들 앞에서는 태연하고, 냉정하고, 거침이 없게 행동을 했다. 

 

 이번 매각사건도 회사 측에 상당히 섭섭한 것도 사실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우리 브랜드가 매각하기에는 너무 아까운 브랜드라는 것이다. 사실 나는 회사의 모든 제품개발의 중심에서 일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애착이 그 누구보다도 크다. 회사가 매각된다는 사실보다 내 자식 같은 브랜드와 제품을 통째로 매각한다는 사실이 더 허탈하다.

  

 그리고 중요 부서 책임자에게는 언론 발표가 나기 전에 유선상으로 알려주어야 하는데, 인터넷 뉴스를 보고 알았다는데 상당히 불쾌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매일 자금난에 업무를 하려고 해도 자금 때문에 늘 걸림돌이 되었다. 그리고 매일 영업에 신경 쓰는 것도 이제는 지칠 대로 지친 것도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차라리 이렇게 된 것이 잘된 것이라고 생각도 해 본다. 그리고 이런 시련이 오히려 나에게는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고 위안도 해 본다. 앞으로는 많이 바빠질 것 같다. 이직할 회사도 알아보아야 하고, 남아 있는 직원들도 내가 힘이 닿는데 까지는 챙겨 주어야 한다. 이것이 부서를 책임지고 있는 내가 직원들에게 해주어야 할 최소한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큰일을 많이 겪는 것 같다. 아마 인생에 있어서 고비라고 생각해 본다. 이번 회사 매각이 나에게는 위기이자 기회인 것 같다. 이번 일을 계기로 또 다른 도약을 기대해 본다. 그리고 도약을 위해서는 험난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힘을 내자고 마음속으로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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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읽어 보고 나니 새롭다. 그 당시 써 놓은 것이라 그 때의 감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요즘은 언제든지 회사가 팔고 사는 일이 흔하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은 항상 준비를 하면서  회사에 다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