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눈물바다가 된 어린이집 졸업식

행복한 까시 2008. 2. 24. 16:43
 

 어제는 작은 딸이 다니는 어린이집에 졸업식이 있었다. 작은 놈을 낳았을 때 언제 키우나 하고 고민 했더니 벌써 그 놈이 어린이집을 마치고,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막상 학교에 들어 갈 나이가 되었지만, 작은 놈이라 그런지 학교를 보내는 것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막상 들어가면 잘 하겠지만 은근히 마음이 쓰이고, 조바심이 난다. 이것 또한 노파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졸업식에 갈 준비로 온 집안이 부산하다. 딸들은 예쁜 옷을 입고 가겠다며, 옷장을 뒤져 댄다. 아직 날씨가 제법 추운데, 스타킹을 신고 가겠다고 한다. 다른 때 같으면 말렸겠지만, 오늘은 특별한 졸업식이 있는 날이라 눈감아 주었다. 그리고 승용차로 가면 그다지 추울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와 아내도 정장으로 입었다. 아이들이 엄마, 아빠도 예쁘게 입으라고 주문을 한다. 내 생각에도 졸업식이라는 행사에는 좀 깔끔하게 입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한 예의인 것 같기도 하다.


 어린이 집에 도착하니 선생님들이 반갑게 맞이해 준다. 상냥한 목소리로 반기니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린이집도 넓고 깨끗하게 지어진 건물이라 아이들이 놀기에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선생님들의 표정은 밝다. 그 밝은 목소리와 반기는 목소리는 가식이 아니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인 것이다. 사람들은 느낌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표정이나 행동을 보면 그것이 가식인지 진심인지 금방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커피 한잔을 마시고 한참을 기다리니 졸업식이 시작되었다. 기다리는 동안 선생님들은 행사 준비로 분주하다. 아이들에게 졸업 가운을 입히고, 마지막 행사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드디어 졸업하는 아이들이 입장을 한다. 가운을 입고 입장하는 아이들이 귀엽기만 하다. 그래도 졸업을 하는 아이들이라 제법 의젓해 보인다. 국민의례가 끝나고 원장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당부 말씀을 하신다. 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마음에 울음이 복받쳐 말씀도 제대로 하시지 못하고 있다. 간신히 울음을 참으면서 말씀을 하신다. 졸업식장 분위기가 갑자기 숙연해 진다. 그래도 차분히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앞으로 커가면서 꿈을 갖고 꿈을 이루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말씀하신다. 아이들은 아직 그 말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에 원장님 말씀이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동생들이 송사(送辭)를 읽어 내려간다. 읽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앙증맞다. 답사(答辭)는 우리 작은 딸이 하였다. 나를 닮아서 그런지 목소리가 작다. 마음에 쏙 들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그런 대로 들어 줄만하다. 아마도 부모의 욕심인가 보다. 딸이 잘했으면 하는 그런 욕심이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졸업장과 시상식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시상식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상장을 골고루 나누어 주었다. 말을 하는 아이에게는 이야기 상, 악기를 잘 다루는 아이에게는 음악 상,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에게는 그리기 상, 글을 잘 쓰는 아이에게는 글짓기 상, 율동을 잘 하는 아이들에게는 무용 상을 주었다. 우리 딸은 평소에 춤을 잘 춰서 무용 상을 탔다. 이처럼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고 세심한 배려를 해 주는 것이 우리 딸이 다닌 어린이집의 좋은 점이다. 아이들에게 먹는 것, 놀이, 체험 학습, 기타 학습 등 세심하게 배려해준 덕분에 큰 딸도 같은 어린이집을 보냈다. 아이들 둘 다 유치원을 보내지 않고, 어린이집만 보낸 것이다. 원생들이 적어서 선생님이 세심하게 보살펴 주는 것도 있고,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선생님들이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 한다는 것이다.


 졸업식이 끝나고 선생님과 기념 촬영을 하는데, 선생님들의 눈이 토끼 눈이 되었다. 눈에서 눈물이 나와 눈이 빨개지신 것이다. 이것을 보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뭉클해진다. 선생님들은 눈물을 훔치시느라 아이들과 인사도 제대로 못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이 좋다. 두 딸들이 사랑이 넘치는 어린이집에서 좋은 선생님들과 생활을 했으니 참 운이 좋은 것이다. 돌아올 때에는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제대로 전하지 못했는데, 글을 쓰면서 정말로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어린이들을 보살펴 주시고 챙겨주시는 모든 어린이집 선생님들께도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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