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개구리 울음소리와 고향생각

행복한 까시 2008. 5. 22. 08:16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것들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은 시각적인 것, 청각적인 것, 미각적인 것, 냄새 등을 저마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고향이 도회지, 바닷가, 산골마을, 농촌이든 상관없이 고향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마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정감어린 기억들이 여러 가지 감각 기관으로 저장되어 있다가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다.

 

 

 #청각적인 것


 퇴근을 하는데 개구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진다. 회사 주변에 논들이 많아서 개구리가 많이 서식하는 모양이다. 얼마 전부터 해만 넘어가면 개구리 떼의 울음소리가 내 귀를 자극했다. 개구리가 우는 소리를 들으면 반사적으로 고향생각이 난다. 게다가 오늘 밤에는 달까지 밝아서 개구리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개구리 울음소리와 달밤은 향수를 자극하는데 찰떡궁합처럼 잘 어울리는 한 폭의 풍경화인 것이다. 개구리는 보통 4월말부터 6월까지 많이 우는데, 특히 모내기를 하고 나면 본격적으로 울어댄다. 그 소리는 시끄럽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규칙적이기도 하다. 정말 노래 말처럼 아들, 손자, 며느리, 다 모여서 밤새도록 우는 것 같다. 특히 보름달이 환하게 밝을 때 듣는 개구리 울음 소리는 낭만적이고, 이유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후각적인 것


 벼 베기가 막 끝난 논에서 벼를 자르고 난 후에 나는 풀 비린내 비슷한 벼 냄새 또한 어린 시절의 향수를 자극한다. 황금 빛 들판의 벼가 모두 베어지고 나면 온 동네가 벼 냄새로 진동을 했다. 어린 시절에는 이 냄새를 맡으며 이삭줍기도 하고, 메뚜기도 잡아서 볶아먹고 놀았다. 특히 타작을 하고 난 뒤 볏짚은 우리의 신나는 놀이터였다. 볏짚으로 새끼도 꼬고, 권투, 레슬링도 하고 놀았다. 해가 지고 난 어둑어둑한 들판에서 나는 볏짚냄새는 나의 마음을 어린 시절의 고향으로 데려다 준다. 

 

 

 #시각적인 것


 굽이굽이 들판과 산들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 향수를 자극한다. 우리 고향 마을 앞에도 강물이 흐른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옛날에는 그 강물에 나룻배가 있었다. 나룻배를 이용해서 강을 건너곤 했다. 나룻배가 떠다니는 정경이 향수를 자극한다. 그리고 강물에 사는 생물들 즉 다슬기, 민물조개, 피라미, 메기. 쏘가리 등의 민물고기가 고향의 강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환경오염과 개발의 뒷전에 밀려 거의 사라지고 있다. 지금도 여행을 하거나, 출장길에 흐르는 강물을 보면 꼭 고향의 강이 생각나 향수에 젖는다.

 

 

 # 미각적인 것


 고향에서 많이 먹던 음식을 보면 고향 생각이 난다. 칼국수, 감자송편, 쑥설기, 백설기, 찐빵, 만두, 팥죽, 호박죽 등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대표적인 먹을거리이다. 뻥튀기, 엿, 식혜, 수정과 같은 음식을 보아도 고향 생각이 난다. 요즘 같은 때는 산나물을 먹을 때, 마늘종 반찬을 먹을 때 입안에 맴도는 미각이 고향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입에서 느끼는 맛도 뇌의 기억력과 함께 많은 것을 연상 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여름철에는 칼국수와 열무 겉절이, 오이냉국이 고향을 생각나게 한다. 더운 여름날 마당에다 멍석을 깔고 저녁을 먹고, 별을 보며 듣는 할머니의 옛날이야기는 시간가는 줄 모르게 한다.




 오랜만에 듣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고향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요즘처럼 심신이 지친 때에는 고향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생각이 불현듯 든다. 아무 생각 없이 고향으로 달려가고 싶다. 며칠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할일 없이 쉬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러나 막상 고향에 가면 또 도시가 그리워 달려 나올 것이다. 나와서 또 매일 매일 바쁜 일상의 수레바퀴처럼 돌아갈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고향을 추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해 할 것이다. 추억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과거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런 추억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의 쉼터를 마련해 주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