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9월을 맞이하며 느끼는 초가을의 풍경

행복한 까시 2009. 9. 1. 12:37

 

 불어오는 바람의 느낌, 맛, 감촉이 다르다. 바람에 습기가 빠져 건조해 졌다. 가끔 싸늘한 바람이 살갖에 소름을 돋게 한다. 한여름의 덥고 습한 기운이 있는 바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구월의 바람은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하는 그런 바람이다. 그 바람이 올 가을에는 멋진 사랑을 싣고 올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하지만 그 바람은 사랑을 데려다 주지 않고 늘 허무하게 지나가 버린다. 이런 기대가 무너지면서 느끼는 감정을 사람들은 가을을 탄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구월은 하늘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맑은 하늘로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그리고 간간히 지나가는 새털 구름도 아름답게 보인다. 그리고 솜뭉치처럼 새하얀 뭉게 구름도 아름다답다. 그 새하얀 뭉게구름에서 순백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 구름에 온몸을 던지면 몸과 마음의 때가 다 빠져나갈 것 같은 착각이 든다. 구월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가장 조화롭게 잘 어울리는 계절인 것이다. 


 구월은 풍경이 아름다운 달이다. 길가에 여러 가지 색으로 피어난 코스모스가 아름답고, 구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국화 꽃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특히 노란색 국화가 흐드러지게 핀 공원은 눈이 부실 뿐이다. 시골 마당에 말리려고 널어 놓은 빨간색 고추가 아름답고, 마당을 맴돌다가 울타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빨간 고추잠자리가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리고 담장에 노랗게 물들어가는 호박이 탐스럽고, 담장 귀퉁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조롱박이 귀여운 그런 계절이다. 


 구월의 옷차림은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짧은 옷을 입으면 한 낮에는 괜찮지만, 아침 저녁으로는 찬기가 느껴진다. 긴 옷을 입으면 아침 저녁에는 알맞지만 한낮에는 더워서 땀이 나는 계절이 바로 구월이다. 그리고 긴 옷속에 짧은 옷을 입어도 편하지가 않다. 벗어서 들고 다니는 것도 거추장 스럽고, 왠지 불편하기만하다. 이래저래 무엇을 입을까 고민스러운 계절이 구월인 것이다.

 

 음악이 귀에 들어오는 계절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발라드 같은 음악들이 귀속을 파고드는 계절이다. 노랫말 속의 사연들이 꼭 내 이야기 같고, 내 사랑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음악을 틀어 놓는 시간이 많은 계절이다. 그리고 한밤의 음악 방송이 더 감미롭게 느껴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음악 방송을 진행하는 진행자의 목소리도 더 멋져 보인다. 아마도 구월이라는 특수한 계절 탓이다.


 구월은 먹을 것이 풍부한 달이기도 하다. 봄부터 들판에서 만들어진 먹거리가 우리에게 돌아오는 그런 계절이다. 그 중에서도 햇밤이 가장 기억이 난다. 입에 넣고 씹으면 달콤한 즙을 내는 풋밤과 떨어진 알밤을 주워다 삶아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밤과 더불어 햇고구마도 맛있는 시기이다. 달콤하고 담백한 햇고구마의 맛을 생각하면 군침이 돈다. 또한 사과가 맛있는 계절이다. 아삭하는 소리를 내며 입안 가득 사과향이 퍼진다. 새콤하고 달콤한 사과를 먹으면 입안도 개운하고, 속도 시원해진다.  


 구월은 입맛이 돌아오는 계절이다. 여름내 지쳐서 잃었던 입맛을 되찾는 계절이다. 밥을 먹어도 금방 허기를 느끼기 때문에 많이 먹는다. 게다가 먹거리가 풍부해져 다이어트 하는 사람들이 괴로워 하는 달이기도 하다. 아마도 긴긴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서 많이 먹어두려는 동물적인 본능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구월은 입맛이 당기는 계절이다.


 구월은 책읽기, 운동하기,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소설책을 읽으며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선선한 가운데 조깅이나 등산을 하기가 좋은 계절이다. 사람들로 북적이던 팔월의 해변과는 달리 한적하게 해변을 거닐기 좋은 달이다. 무더운 팔월로부터 해방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구월은 좋은 달이다. 불어오는 산뜻한 바람처럼 멋진 구월을 맞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