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풍경

초등학교 시절 “물뱀”하면서 선생님께 인사한 사연

행복한 까시 2010. 8. 25. 07:00

 어린시절 시골에는 위험한 것이 많았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더욱 그랬다. 들판을 누비며 다니는 아이들은 무방비로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학교 선생님들은 여름이 되면 천방지축으로 뛰놀던 아이들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 꽁무니를 따라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여름철 가장 위험한 것은 물이었다. 마을이 남한강변에 위치해서 여름이면 자주 익사 사고가 일어났다. 강에 가서 수영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강으로 나갔다. 누가 하지 말라고 말리면 더 하고 싶은 것이 아이들의 심리이다. 강은 깊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 수영하기 좋은 장소이다. 여름이 되면 선생님의 눈을 피해 강으로 수영을 하러 다녔다.


 가끔 선생님이 강으로 순찰을 나오면 강가 갈대밭에 숨 곤 했다. 아마도 선생님과 숨박꼭질 하면서 수영을 하는 스릴을 즐겼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선생님과 어른들의 눈을 피해서 강에 나가 수영을 했어도 익사를 당한 친구는 한명도 없었다. 동네 아이들은 강의 지리를 잘 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전했던 것 같다. 가끔 외지에서 놀러 온 아이들이 익사를 당했다. 익사 사고가 일어나면 동네 사람들이 줄지어 강으로 나갔다. 아이들을 찾기 위해서 이다. 그곳에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의 절규를 심심치 않게 볼 수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잘 몰랐는데, 나도 부모가 되고 나니 그 사람들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다음으로 위험한 것이 뱀이었다. 어린시절 시골에는 뱀이 참 많았다. 집주위에서도 흔히 뱀을 볼 수가 있었다. 뱀을 보는 일이 일상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도 뱀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학교에도 뱀을 가지고 와서 놀기도 하였다. 뱀을 가지고 여학생들을 놀려 주는 짓궂은 친구도 있었다.


 이웃 마을에서는 뱀을 가지고 놀다가 던졌는데, 다른 아이의 목에 떨어져 뱀이 물었는데 죽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무튼 뱀은 매우 위험한 존재였다.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한 두 명씩 뱀에 물린 아이들이 있었다. 선생님들은 특히 뱀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여름철이 되면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이 인사하도록 시켰다.


 여름철이 되면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 대신에 “물뱀”이라고 인사를 받았다. 처음에는 웃겨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여름철 물과 뱀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려고 심각하게 이런 인사 구호를 만들었는데, 아이들은 그냥 웃기고 재미있기만 한 것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빵 터지는 인사 방식이다. 여기 저기 에서 “물뱀”, “물뱀”하면서 인사한다고 상상을 해 보자. 참으로 재미있는 인사법이 아닐 수 없다. 아이들의 장난기 섞인 인사를 받는 선생님들도 웃겼을 것이다. 제자 앞이라고 웃지도 못하던 선생님들이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런 선생님들이 그립다. 제자들이 다칠까봐 이런 구호를 만들어 낸 것이다. 여름에 오죽 위험한 것이 많았으면 이런 구호까지 만들어 냈을까 생각해 본다. 여름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하면 꼭 한 두 명씩은 사고를 당했다. 그래서 여름 방학을 시작할 때는 무사히 개학날 학교에 오겠다는 약속을 하곤 했다. 지금 생각하면 선생님들도 참 순수하셨던 것 같다. 오늘따라 그런 순수한 선생님들이 더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