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집을 떠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행복한 까시 2008. 7. 27. 12:17

떠난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집을 떠난다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런 역마살은 아마도 어머니의 유전 인자로부터 물려 받은 것 같다. 어머니도 떠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다. 오죽하면 하루 종일 차를 타도 질리지 않는다고 종종 말씀하셨다. 떠나는 것이 얼마나 좋으시면 그런 말씀을 하실까? 아마도 고된 시집살이와 식구들을 부양해야 하는 굴레로부터 벗어나고픈 일종의 탈출구였는지도 모르겠다.   

 

집을 떠난다는 것은 우리의 생활에서 해방이다. 집을 떠나는 순간 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모두 잊는다. 두 딸들은 공부를 잊어버리고, 아내는 집안 살림으로부터 해방되고, 나는 회사 업무로부터 해방이다. 떠난다는 자체보다 이런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고픈 마음이 더 큰지도 모른다.

 

금요일 저녁부터 우리가족은 부산했다. 집을 일주일간 비우기로 했다. 딸들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과 함께 집을 떠나 여러 곳을 다닐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아내 또한 매일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 났으니 즐거운 것이다. 사실 매끼를 준비해야 하는 주부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메뉴를 선택하여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적은 것은 아니다.  

 

어린 시절 방학만 되면 친척집에 가고 싶어 몸살이 났다. 그 시절 대부분의 친척들은 가난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른들은 싫었지만 억지로 철없는 꼬마 손님을 받아들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철없던 시절 친척들이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도 모른 체 그냥 친척집에 간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하였다. 각각 사는 지역에서 다른 삶의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신기했다. 모든 삶의 표준을 우리 가족, 우리 부모님의 기준에서 생각했던 나는 우리 집과 다른 삶의 방식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였다. 

 

집을 떠나면 가장 힘든 부분이 먹거리였다. 식성이 유난히 까다롭던 나는 아무 음식이나 먹지 못했다. 특히 집집마다 다른 양념의 맛을 소화해 내지 못했다. 집집마다 다른 간장, 된장, 고추장 맛이 입에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밥을 물에 말아서 반찬 없이 먹었다. 물에 말아서 밥을 먹어도 친척집 특유의 밥맛이 입에 거슬렸다. 그래도 배가 고프니 억지로 밀어 넣었다. 이런 입맛은 성인이 되어 밖에서 밥을 먹고 나서야 익숙해졌다.  

 

 집을 나선 딸들은 즐거움에 가득 차 있다. 아내와 딸들은 시내로 쇼핑을 나갔다. 시내로 쇼핑을 나가는 아내의 모습을 보니 딸들과 똑같이 즐거워한다. 아니 딸들보다 아내가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여자들은 눈으로 무언가를 보는 것을 즐기는 것 같다. 특히 예쁜 것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은 대단하다. 아마도 먼 옛날부터 내려온 본능적인 것 같다.

 

 아내와 두 딸들을 보내고 공원에 가서 산책을 하였다. 아빠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놀고 있다. 아빠도 행복하고, 아이들도 행복하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제 자식들을 예뻐하는 아빠의 모습들이 아름답다. 여러 가족들이 나와서 놀고 있는데, 얼굴 생김새는 제각기 다르지만 행복해하는 표정들은 모두 같은 모습이다. 집을 벗어나니 이렇게 사람 사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시야에 들어 온다. 이렇게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나에겐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