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휴가 때 가장 하고 싶은 일

행복한 까시 2008. 8. 8. 15:50
 

 휴가의 마지막 날이다. 아쉬운 휴가가 다 지나가 버렸다. 다시 일년을 기다려야 여름휴가를 받는다고 생각하니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매번 그렇듯이 휴가 중에는 회사에 가는 것 못지않게 바쁘다. 그동안 방문하지 못했던 처가에도 다녀와야 하고, 본가에 가서 농사일도 거들어 주어야 하고. 아이들을 위해 계곡이나 수영장에 데리고 가서 여름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휴가 중에 아빠들은 더욱 바쁜 것이다. 특히 부모님이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으면 여름휴가는 갈 엄두도 못 낸다. 간혹 휴가를 가더라도 마음 한 구석은 늘 무언가가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이번 휴가도 그랬다. 처가에 다녀오고, 시골 부모님에게 가서 농사일을 잠깐 거들어 주고 나니 휴가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서울에서 자란 아내도 불만이 많다. 불만이 많은 것도 이해가 간다. 내가 아내였다면 더 불만을 표시했을 지도 모른다. 사실 나도 남들처럼 근사하게 휴가를 보내고 싶다. 누가 더운 여름날 들판에 나가서 일을 하고 싶겠는가? 부모님을 도와 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다면 엄두도 못 낼 일인 것이다. 아무튼 지나가 버린 휴가가 아쉽기만 하다.


 직장인들은 일년 중 휴가를 가장 기다린다. 휴가 기간이 되어야 마음 놓고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마음 놓고 쉰다는 것 보다 업무와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되고 싶은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휴가 기다리는 낙으로 직장에 다닌다는 사람들도 있으니 휴가란 직장인들에게 중요한 연례행사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번 휴가 때에는 집에서 푹 쉬려고 했지만 역시나 이번 휴가도 돌아다니다 보니 휴가가 훌쩍 지나가 버린 것이다.


 휴가 때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무작정 쉬고 싶다.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그냥 조용하게 보내고 싶다. 요즘 나오는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에서 주인공 한자가 독립하여 혼자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을 하나씩 하면서 지내고 싶은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배고프면 밥 먹고, 소설책을 읽고 싶으면 읽고, 또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도 듣다가 그것도 심심하면 텔레비전도 보고, 졸리면 늘어지게 낮잠도 실컷 자보고 싶다. 그래도 심심하면 인터넷에 글 몇 줄 쓰고, 블로그 친구들과 소통도 하며 지내고 싶다. 이처럼 아무 계획도 없이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본능에 충실하게 쉬고 싶은 것이다.


 멀리 휴가를 떠나는 것도 싫다. 멀리 가는 것은 아이들 때문에 가는 것이지 그냥 집에서 시원하게 쉬고 싶다. 그냥 집에서 내가 하고픈 일을 하면서 쉬는 것이 휴가 때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평소에 일고 싶은 책을 사서 읽는 것도 휴가 때 하고 싶은 일이고, 극장에 가서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보는 것도 휴가 때 하고 싶은 일이다. 그리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저녁에 늦게 자는 것도 휴가 때 해 보고 싶은 일이다. 듣고 싶은 음악도 듣고, 여유 있게 공원을 산책하고 싶다. 그리고 여름휴가 때 많이 나오는 수박, 복숭아, 포도 등 과일을 냉장고에 재워 두고 시원하게 하나씩 꺼내 먹고 싶다. 휴가 때 편안한 마음으로 시원한 과일을 먹는 것도 휴가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나에게 있어서 휴가는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쉬는 것이다. 내 주위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쉬는 것이 진정한 휴가인 것이다. 밀리는 차의 행렬 속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그냥 몸과 마음이 시키는 대로 본능에 충실하게 쉬고픈 것이 휴가 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다. 이번 휴가도 여러 사람들 비위 맞추느라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언제나 한번 그렇게 쉴 수 있는 날이 오려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