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딸에게 물건의 소중함을 교육시켰다.

행복한 까시 2008. 8. 22. 20:40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아이들은 물건 귀한 줄을 모른다. 가끔 언론에서 아이들이 물건 귀한 줄 모른다고 보도되는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줄 알았다. 적어도 내 딸들은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생각해 왔다. 최근 우리 딸들이 저지른 일들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었다. 두 딸들이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놀러 나갈 때 소꿉놀이 바구니를 들고 나갔다고 한다. 그 바구니 안에는 우산도 들어 있었다. 딸들은 신나게 소꿉놀이를 하고 바구니를 버려둔 채로 집으로 들어 왔다. 다음날 아내가 나가 보니 우산은 없어지고, 소꿉놀이 바구니만 놀이터에서 굴러다니더라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화가 났다.


 장난감을 소홀히 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고, 더구나 바구니 안에는 우산도 들어 있었다니 더욱 화가 났다. 사실 우산도 돈 주고 사면 그만이지만 아이들이 물건을 소중하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더욱 화가 났다. 그래서 큰 소리를 치며 야단을 했다. 잘못을 느끼는지 두 딸들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한 참 두 딸들에게 알아듣게 설교를 했다. 설교를 하는 도중에 아내는 그동안에 딸들이 저지른 행태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인라인 놓고 들어온 일, 우산을 놓고 학교에서 돌아온 일, 연필이나 공책 잃어버린 것은 다반사라고 한다.


 어제도 또 일이 터졌다. 아내와 두 딸들이 밖에 나가서 저녁을 먹었는데, 작은 딸이 모자를 음식점에 두고 온 것이다. 퇴근해서 한참을 있으니 아내가 이야기를 한다. 또 화가 났다. 며칠 전에 알아듣도록 야단을 쳤는데, 똑같은 일을 저질렀으니 화가 더 난 것이다. 작은 딸에게 음식점에 가서 모자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혼자 보내기가 조심스러워 내가 뒤따라 나섰다. 작은 놈이 음식점으로 향하는데, 마음속으로는 안쓰러워 보인다. 이게 부모 마음인가 보다. 물건의 소중함에 대해 교육 시키는 것도 안쓰러워 하니 말이다. 작은 딸은 내 마음을 알까 모르겠다. 눈치를 보니 나에게 야단맞은 것만 속상해하는 눈치이다.   


 음식점으로 작은 딸을 들여보내고 나는 밖에 있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내가 직접 들어가서 해결했으나 지금은 작은 딸에게 교육 중이기 때문에 혼자 해결하도록 하였다. 잠시 후에 모자를 가지고 나왔다. 돌아오는 길에 작은 딸의 손을 잡고 걸었다. 집으로 한참을 걸어오다가 보니 아내의 모습이 멀리서 보인다. 밤 날씨가 서늘해져서 작은 딸이 추울까봐 긴팔 윗도리를 가지고 나왔다고 한다. 아내의 자식 사랑은 나보다 한수 높다.


 우리가 어렸을 때는 물건의 소중함에 대해 혹독하게 교육 받았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엄하게 교육 받았다. 어쩌다 신발을 잃어버리거나 우산을 학교에 두고 오면 심하게 꾸중을 들었다. 그리고 학교에서도 물자절약을 강조했다. 잡곡으로 혼식을 장려했고, 몽당연필은 볼펜대에 꽂아 쓰고, 공책 표지 안쪽까지 쓰도록 하였고, 선생님이 검사도장도 찍어 주었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물자가 풍부하다. 집에 들어가면 연필이 방바닥에 굴러다녀 발에 밟히고, 공책이며, 스케치북이 방안에 가득하다. 학교에서도 칭찬을 받으면 공책이나 연필을 공짜로 주고, 생일 선물로 받기 때문에 학용품을 사주지 않아도 물자가 넘친다. 풍부한 환경이 아이들에게 물건을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아무리 물건이 많더라도 아이들이 물건의 소중함을 깨우쳤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물건들은 언젠가 고갈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