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꽃남 때문에 찬밥 신세된 남편들

행복한 까시 2009. 3. 24. 12:49

 월요일 저녁이면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는 우리 가족들도 “꽃남”(“꽃보다 남자”의 줄임말)을 보려고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 든다. 좀처럼 드라마를 보지 않는 우리 가족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불러 모으는 것을 보면 이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가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가 있다. 드라마를 보지 않는 사람들까지 텔레비전으로 모여들게 했으니 분명 대박을 터트린 드라마 인 것이다. 이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광고 요란하게 했다. 그 광고를 보며 저런 드라마를 누가 볼 것인가 하며 의아해 했던 나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 놓은 것이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류의 드라마를 선호하지 않는다. 몇 번 보았지만 도무지 재미가 없다. 만화를 원작으로 해서 그런지 스토리도 없는 것 같고, 내용도 없다. 아무튼 중년 남자들에게는 그다지 호감이 가는 드라마는 아닌 것 같다. 난 스토리 전개도 빠르고, 사건의 흐름과 무게감이 있는 드라마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냥 가벼운 드라마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아마도 이 드라마가 젊은 사람들을 겨냥해서 제작된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에 아내는 이런 부류의 드라마를 좋아한다. 우선 스토리가 심각하지 않고, 내용이 가볍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잘생긴 꽃 미남들이 나오니 눈요깃감으로 좋은 것이다. 그런 꽃 미남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다. 게다가 잘생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부러워하는 부를 가진 것이다. 멋진 외모와 부를 모두 가졌으니 여자들에게는 환상적인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서 대리 만족을 얻는 것이다. 현실에서 못 가져본 것을 드라마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얻는 것이다. 그래서 여자들에게 이 드라마가 인기가 있는 것이다.


 아내뿐만이 아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우리 두 딸도 이 드라마의 팬이다. 늦은 시간까지 열심히 드라마를 본다. 이 드라마를 보지 않으면 학교에 가서 대화에 끼지도 못한다고 한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남자아이 여자아이 할 것 없이 이 드라마를 본다고 한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꽃남들을 캐릭터로 한 상품도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책받침에서부터 수첩 등 학용품도 모든 아이들이 다 갖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꽃남이 올해의 히트 상품이긴 하다.


 외모가 잘 생긴 것은 축복 받은 일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는 속담도 있듯이 외모가 잘나면 인기가 있는 것 같다. 드라마가 인기 있는 것도 꽃미남들의 외모도 한 몫을 했다. 아줌마 부대들도 이 드라마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꽃남 덕분에 남편들은 찬밥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드라마 속의 인물이긴 하지만 꽃남들과 비교해 보면 외모와 재력이 모두 떨어진다. 우리 같이 평범한 서민들은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비교도 되지 않는다.


최근에는 딸 아이 담임도 총각 선생님이 부임했다고 한다. 아내가 학교에 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와서 멋진 선생님이 왔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눈꼴이 시어서 못 봐줄 지경이다. 게다가 농담조로 던지는 한마디가 내 마음에 비수를 찌른다.

  “ 우리 큰애 담임선생님이 얼마나 멋진 줄 알아.”

  “ 꼭 꽃남에 나오는 F4 같다니까.”

  “ 당신 얼굴 보니 이제는 많이 늙었네. 요즘은 드라마 꽃남들 보니 살맛이 난다니까.”

하며 염장을 지른다.


 하긴 나도 이제 40대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나름대로 나의 얼굴도 동안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꽃남들의 등장으로 나이든 중년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꽃미남들의 미모에 밀려 찬밥 신세로 밀려나 버린 것이다. 그동안 예쁜 여자들에게 열광했던 남자들에게 꽃남의 등장은 여성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준 것이다. 여성들도 남자들 못지않게 젊고 멋진 남자에게 열광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드라마 “꽃남”이 빨리 끝나야 한다. 그래야 남편들이 찬밥에서 따뜻한 밥으로 변할 수 있을 것 같다. 화려한 꽃남들에 가려져 남편들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남편들도 꽃남 못지않은 매력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 40대 중년 남성의 소박한 희망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