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너무도 많다. 사람들의 이름에서 음식점, 과자, 아이스크림, 영화 제목, 책 제목 등 기억해야 할 이름 천지이다. 사람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이런 이름들에 대해 관심이 별로 없다. 그렇다 보니 해프닝이 너무 많다. 어찌보면 좀 어눌하게 보여지기도 하고, 세련됨이 떨어지는 사람으로 비쳐지기도 한다. 그런 가운데도 꿋꿋하게 설명을 해서 사람들에게 이해를 시키는 편이다.
아내와 처음 결혼했을 때 이런 모습을 본 아내는 나이든 아저씨 같다고 놀리곤 했다. 이제는 아내도 지쳤는지 그런 브랜드 이름을 몰라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다. 내가 브랜드 이름을 잘 몰라 나누는 대화는 이렇다.
# 영화 제목을 모를때....
아내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외화를 많이 보지 않아 영화에 대한 지식이 짧다. 아내는 영화를 많이 보아 박식하다. 외국 배우 이름도 줄줄 외운다. 반면에 난 매우 이름도 잘 모르고, 영화 제목도 잘 모른다.
"자기야, 결혼 전에 그 영화 봤어?"
"어떤 영화?"
"제목이 뭐더라? 생각이 나지 않네. 왜 형제가 낚시하는 영화 있잖아."
"아 브래드핏트 나오는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이야기하는 구나."
"맞어 그 영화, 흐르는 강물인 뭔가하는 영화, 난 그런 류의 영화가 좋아."
아내는 대답한다.
"난 싫어, 그 영화 좀 지루한 것 같아. 내 취향은 아니야."
영화제목을 몰라 늘 이런 식이다. 예를 들자면 <쇼생크 탈출>은 교도소에 굴 파는 영화, <레옹> 총잡이 영화 등으로 이야기한다. 아내는 영화를 많이 보아서 대충 이야기해도 잘 알아 듣는다. 그러면서 촌스럽게 대충 이야기하지 말고 영화 제목 좀 제대로 알아두라고 충고한다.
# 음식점 이름 모를 때....
음식점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음식점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 사람들과 약속할 때가 가장 힘들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 번 가본 음식점의 위치는 정확히 기억해 낸다. 그래서 음식점을 이야기 할 때에는 동네 이름과 메뉴를 대면서 다른 사람에게 묻는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이 잘 알려준다.
"김대리, 오늘 누구하고 저녁 약속을 하려고 하는데, 음식점 이름 좀 알려줘?"
"어디를 찿으시는데요?"
"왜 양재역 근처에 샤브샤브 맛있게 하는 집 있쟎아, 그 집 말이야. 저번에 우리 한 번 같었잖아."
"아! <천지인> 그 집 찾으시는 군요."
"그래 맞다. <천지인>그집이야. 고마워"
늘 이런식이다. 방배역의 횟집, 강남역의 불고기 잘하는집, 선릉역의 오리고기집 등이 음식점 이름을 대신한다. 그래도 잘 알려주는 후배들이 있어 고맙기만 하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 검색하면 간단히 찾을 수 있어서 너무 간편하다. 인터넷이 음점 이름 잘 못 외우는 나에게는 아주 소중한 친구이다.
# 과자 이름을 모를 때....
요즘은 과자 이름도 어렵다. 외울 수도 없다. 예전에 쉬울 때도 잘 외우지 못했다. 신혼 때 아내가 가끔 슈퍼에 가면서 먹고 싶은 것 없냐고 물어 온다. 지금은 묻지도 않지만 말이다.
" 나 슈퍼가는데 뭐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얘기해."
" 응, 커피에 찍어 먹는 과자 하나 사다줘."
" 아, <에이시> 사오라고, 알았어."
" 그리고 또 있는데, 왜 종이에 네모 나게 싸서 파는 아이스크림 있지, 그게 이름이 뭐지?"
" 아 <엑슬란트> 이야기하는 구나, 아휴 촌스럽기는..... 종이에 싼 아이스크림이 뭐야,
간단하게 <엑슬란트>하면 되지."
늘 이런 식이다. 이것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브랜드 이름, 의류 브랜드, 술 이름도 잘 모른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끝 날 때마다 아내는 촌스럽다며 한마디씩 꼭 남긴다. 브랜드 이름 기억을 잘하는 아내는 대충 이야기 해도 잘 알아 듣는다. 아내가 잘 알아 들어서 더 기억을 못하는지도 모르겠다.그나마 인터넷이 있어 브랜드 이름 중의 한 글자만 기억해 내도 찾을 수 있어 다행이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다 나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잘 물어 보지 않는다.
설령 기억을 못했더라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알고 있던 것처럼 이야기 한다. 영화 이야기를 할 때에도 인터넷으로 미리 보고 이야기 하기 때문에 예전처럼 브랜드 이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로 비춰지지 않는다. 만일 인터넷이 없었다면 요즘도 사람들에게 브랜드 이름 알아내려고 분주할 것이다.
'까시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초보 기러기 아빠는 일요일 저녁이 되면 쓸쓸해진다. (0) | 2009.12.17 |
---|---|
치아교정을 하니 거울 앞에서도 당당하다. (0) | 2009.12.12 |
일손 부족 현상이 점점 심해지는 농촌 들녘 (0) | 2009.06.08 |
꽃남 때문에 찬밥 신세된 남편들 (0) | 2009.03.24 |
힘들었던 백수 생활을 끝내며 (0) | 2009.01.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