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정신적인 재테크는 책이 최고이다.

행복한 까시 2009. 5. 30. 12:32

 내가 제일 부러워하는 집은 책이 많이 있는 가정이다. 집은 낡았어도 책이 많이 꽂혀 있으면, 그 집은 정신적으로 부자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 집에서는 향나무 향처럼 좋은 향기가 날 것이라는 막연한 상상도 해본다. 실제로 책이 많으면 곰팡이 냄새 같은 것이 난다. 이런 냄새가 그리 싫지 않는 것은 어느 정도 책과 친해져서 그럴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행복을 주는 것 중의 하나가 책이 아니가 한다. 물론 책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책에서 행복을 느낄 수 없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을 통해서 행복을 얻는다. 서재에 책이 가득히 꽂혀져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이 밀려든다. 마치 곳간에 식량과 금전이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금전이나 식량도 세상살이를 하는데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책도 그에 못지않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중요한 물건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했지만 많이 읽지는 못했다. 집에는 책이라고는 거의 교과서 밖에 없었다. 그래도 몇 권이 있었는데, 지금도 기억나는 것이 "프란다즈의 개"라는 책과 춘향전이 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처럼 어린 시절에 본 책은 오랫동안 기억나게 한다. 책이 없었으므로 주로 책은 학교 문고에서 읽었다. 방학 때 당번으로 학교에 등교하면 꼼짝도 안하고 하루 종일 책만 읽다가 온 기억이 난다. 그때 읽은 동화책들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그 책들이 어린 나의 가치관을 정립해 주는데, 많은 보탬이 되어준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집에서는 책이 없으므로 형이나 누나의 국어 교과서나 도덕 교과서를 읽었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소설이라든가 수필은 매우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저절로 선행학습이 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책에 빠져버리면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 수가 없다. 왜 이런 이야기가 있지 아니한가? 어떤 선비가 방안에서 책을 읽는데, 비가 와서 마당의 곡식이 다 떠내려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느 정도 공감이 간다. 물론 현실생활에서 그렇게 한다면 아마 보통사람들은 바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큼 책에 몰두하고, 책을 읽고 있는 시간만큼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는 것을 풍자적으로 소개한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아마 나와 나의 아내는 어린 시절 책에 대한 굶주림으로 책에 한이 맺혔나 보다. 아이들 책을 보통 집보다 많이 구입해 준 것을 보면 말이다.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게다가 잠자기 전에 아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다. 아내는 아이들에게는 아빠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좋다는 이유를 들면 나에게 책을 읽어 주라고 은근슬쩍 강요하는데, 사실은 아내보다 책 읽는 실력이 떨어져 잘 읽어 주지 않는다. 아내는 책을 읽어 줄 때 성대모사를 해가면서 사실적이면서도 흥미롭게 읽어준다. 아이들이 이런 점을 좋아한다. 아빠는 책을 재미없게 읽어서 싫단다. 그래서 항상 나는 블록놀이나 종이접기, 그림 그리기 쪽으로 임무가 할당되고, 아내는 책 읽는 쪽으로 임무가 자연스럽게 할당되었다. 


 돈이나 재산을 얻는 것이 물질적인 재테크라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마음에 재산을 축적하는 정신적인 재테크인 것 같다. 사람들의 말 보다 책이 주는 메시지는 더 강한 것 같다.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은 선배들의 충고도 제대로 공감하지 못한다. 어른이 되어서도 책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아마 세상을 마감하는 날까지 그럴 것이다.  삶의 자세,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 가치관 정립에 책은 많은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나라는 불행한 일을 겪었다. 지금도 마음이 무겁지만, 한 주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많은 사람들이 존경했던 전직 대통령을 잃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 대해서는 신문이나 언론에서 보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사건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노 전대통령을 수사한 검찰이 진정 양심적으로 수사를 했는지 궁금하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지 않고,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볼 때 떳떳하다면 양심적으로 수사를 한 것이다. 이것은 검찰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 사건을 보도한 일부 언론들도 마찬가지이다. 언론 모두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물어 뜯기식 보도를 했다. 아니 오히려 언론은 이런 보도를 즐긴 것 같았다. 이런 보도를 먼저 하는 것이 마치 개선장군이나 되는 것처럼 앞 다퉈 보도를 했다. TV, 라디오, 신문 할 것 없이 모두 그랬다. 모두 상업화에 젖어 흥행을 노리는 영화제목 같이 헤드라인을 뽑아내었다. 도대체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양심이 있는 사람들인지 궁금하기만 하다. 남의 불행을 즐기는 사람처럼 비쳐진다. 그리고 노대통령 서거 이후 180도 달라진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가 가증스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살아 계실 때 보도를 잘 하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런 사태를 보면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심은 책에서도 나온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양심도 바르다. 언론인들도 책을 많이 읽고 바른 양심을 가지고 기사를 써야 한다. 요즘은 국민들도 기사를 읽으면 다 안다. 양심을 갖고 쓴 기사인지, 누가 시켜서 쓴 기사인지 다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어떤 사건의 기사를 쓸 때 객관적인 논조로 써서 기사를 써야 한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기사를 읽는 독자에 맡겨야 하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글쓴이의 의도나 생각을 금방 읽어 낼 수가 있다. 그래서 남의 말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 심지가 깊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영혼이 맑아지는 것 같다. 그리고 마음이 넓어지고, 따뜻해진다. 용서하는 마음도 생기고, 화해하는 마음도 생긴다. 책을 많이 읽어서 마음속의 부를 키우는 것도 인생을 살찌우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