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돈이 가는 길목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

행복한 까시 2009. 8. 5. 18:08

 얼마 전에 드라마‘천추태후’를 볼 기회가 있었다. 극중에서 문정왕후의 부친인 김원승은 장사꾼으로 많은 재산을 모았다. 그가 죽을 때 사람들이 이런 말을 했다.

 

“돈 밖에 모르는 파렴치한 인간이 무슨 할 말이 많아.”

 

그러자 김원승이란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 앞으로 천년이 지나면 온 세상은 돈 밖에 모르는 사람으로 가득찰 것이다. 그러니 나는 단지 시대를 잘못타고 나서 이렇게 억울하게 죽는 것이다.”

 

 이런 말을 남기고 그는 죽었다. 물론 그가 잘 했다는 것은 아니다. 나쁜 짓은 골라가며 재산을 긁어 보았다. 마치 요즘의 재벌들처럼 말이다. 드라마의 대사이긴 하지만 그 대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지금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비판한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드라마의 대사처럼 요즘 사람들은 돈밖에 모른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아니 세태가 그런 것 같다. 과거에는 돈 이야기를 함부로 꺼내지도 못했다. 돈 이야기를 꺼내면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치부당하거나 아니면 천박한 사람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그랬어도 속으로는 그 당시에도 돈을 좋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여튼 돈을 좋아하긴 했어도 요즘처럼 이렇게 돈돈 하지는 않은 것 같다. 돈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잠자고 있다가 밖으로 뻔뻔스럽게 탈출한 것이다. 요즘은 오히려 돈을 벌 줄 모르면 무능력한 사람으로 치부되거나, 재테크를 못해도 무식한 사람으로 치부당하기 쉽다. 부동산을 알아야 대화에 낄 수 있고, 증권을 알아야 사람들의 대화에 낄 수 있다. 살기가 힘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요즘사람들은 퇴근 후에 술 한잔하는 낭만도 많이 없어져 버린 느낌이다. 나도 이런 부류의 속한 사람일지 모르지만 이런 세태가 별로 바람직하지는 않다.

 

 요즘은 어디가나 머니게임 일색이다. 과거에는 주식을 가지고 머니게임을 하더니 얼마 전에 로또가 그랬고, 그 후에는 도박열풍인 바다이야기가 그랬고, 지금은 부동산을 가지고 머니게임을 하고 있다. 특히 아파트를 이용한 머니게임은 장난이 아니다. 하루아침에 억씩 오르는 것을 보면 요즘 1억은 돈도 아닌가 보다. 우리네 같은 서민들은 1억을 모으려면 십년 이상을 절약해도 모을까 말까 하는 돈인데, 돈의 가치가 많이 추락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상대적 박탈감만 들고 그동안 나는 무었을 했나하는 자괴감만 밀려오고 있다. 그저 세상물정 모르고 회사 일만 죽어라고 했던 결과가 이런 것인가를 생각하니 허탈한 마음만 밀려온다. 이런 감정은 대다수의 서민들이 다 비슷하리라 생각된다.

 

 돈이란 놈은 참으로 신기한 놈이다. 돈만 움직이면 그놈의 세금이 따라 붙는다. 우리가 월급을 타면 우리 손에 월급이 도착하기도 전에 세금으로 빠져나간다. 그 돈은 써도 세금이 붙고 안 써도 세금이 붙는다. 물건을 구입하면 간접세란 놈이 따라 붙고, 쓰지 않으려고 은행에 저금을 해 놓으면 이자에 대한 세금이 붙는다. 또한 집을 구입하거나 자동차를 구입해도 세금이 붙는다. 집을 샀으니 세금 붙는 것은 당연하다. 세금도 두 가지로 붙는다. 취득했다고 세금을 내고, 등록할 때 세금을 내고 여기 까지도 참을만하다. 단지 집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주민세와 재산세를 또 내는 것은 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로 자동차세를 꼬박꼬박 걷어 간다. 이렇듯 돈이 가는 길에는 어김없이 세금이 따라 붙는다. 돈의 움직임이 있으면 세금이 자동으로 부과되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돈이 가는 길에 또한 사람들이 몰린다. 편하고 쉽게 돈 버는 길에는 주먹의 힘이 센 사람들이나 권력의 힘이 센 사람들이 가장 먼저 몰려든다. 그리고 수익이 높은 곳에도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리고 돈이란 놈은 참으로 묘하다. 돈이 많은 곳에 돈을 더 많이 모이게 하는 힘이 있다. 아마 돈에도 자석이 붙었나 보다. 돈이 많아질수록 자기장의 힘은 더 커지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비싼 가격에 구입한 부동산은 훨씬 더 많이 오른다. 서울 강남지역의 비싼 아파트가 더 많이 오르고, 명동의 상가가 더 많이 오르는 것을 보면 말이다. 또한 주식도 마찬가지이다. 주식도 상승장에서는 비싼 주식이 더 많이 오른다. 그래서 그쪽으로 사람도 더 많이 몰리는 것 같다. 그래서 돈이 가는 길에는 돈과 사람이 같이 몰리는 것이다.

 

 또한 요즘 돈에 대한 문제는 세상 사람들 모두가 너무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다. 쉽게 돈 벌고자 하는 것이 따지고 보면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인지 모르겠지만, 젊은 사람들이나 일부 기성세대나 쉽게 돈 벌고자 하는 생각은 동일 한 것 같다. 그러나 돈은 그렇게 쉽게 벌리지 않는다. 설령 쉽게 벌리는 돈이 있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심각한 피해를 볼 것이다. 그것이 쉽게 돈 버는 곳의 부작용이다. 아니면 쉽게 돈을 벌면 쉽게 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요즘의 아파트 값도 마찬가지이다. 근본적으로 생각하면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는 이야기도 된다. 즉 유동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돈이 몰리고 아파트 값이 상승하는 것이다. 게다가 돈의 속성인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불에 기름을 부은 듯이 돈이 더 몰리는 것이다. 그래서 블랙홀처럼 세상의 돈을 다 빨아들이는 것이다. 시중의 유동자금이 줄어들지 않는 한 아파트 값은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돈이 너무 많이 풀렸다. 펀드를 이용하여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만 보아도 돈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중년들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것이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으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 보려고 이런 머니게임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사교육비가 많이 들어가다가 보니 소비할 돈이 적어지는 것이다. 중년들은 사교육비에 많은 돈을 쏟아 붓고, 돈이 있는 사람들은 부동산이나 주식 등의 머니게임에 참여하다 보니 경기가 위축된 것처럼 보이고, 경기 순환이 잘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경기가 위축된 것처럼 왜곡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중년들의 세상살이에 대한 자화상일 것이다.

 

 사실 돈이나 경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서 돈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경제나 경영을 전공한 사람들이 보면 캄캄한 밤에 코끼리 만지듯 단편적인 시각으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