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철학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포기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행복한 까시 2009. 9. 21. 11:46

 

  요즘 우리들은 겉으로 들어나는 삶에 많은 가치를 두고 있다. 돈을 벌고, 아파트를 장만하고, 자동차를 사고, 아이들을 키우는 모든 일상이 남에게 보여주는 것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넓고 큰 아파트에 사는 이유가 편리성 때문이기 보다는 남에게 과시하기 위하여 살고, 좋은 자동차를 타는 이유 또한 편리성이나 안전성 보다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타는 사람들도 주위에 꽤나 많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게 하는 이유가 진정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모들이 창피함을 느끼지 않게 하고, 자랑하기 위해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부모들도 많다. 또한 직장에서 승진하는 이유도 일을 추진하기위해서 보다는 남을 의식해서 빨리하고 싶어 하는 것이며, 연봉을 많이 받고 싶어 하는 이유도 풍요로운 삶 보다는 남들보다 많은 연봉을 과시하기 위한 이유가 더 크다.


  즉 살아가는데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것이다. 이런 삶은 피곤을 부른다. 그리고 남에게 보여주는 것이 적거나, 자신이 남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면 열등감에 빠지기 쉽고, 슬럼프에 빠지기도 쉽다. 그리고 늘 쫒기는 듯한 삶을 살아야 한다. 남들이 뛰면 나도 뛰어야 하고, 남들이 날면 나도 날아야 하며, 남들이 무리한 대출을 해서 아파트를 사면 나도 대출해서 아파트를 사야한다. 남들이 백화점에서 명품 옷이나 명품 화장품을 사면 나도 사서 입거나 발라야한다. 즉 내가 진정으로 좋아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이 좋다고 하니까,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늘 자신은 정신적으로 피곤하고, 남들보다도 상대적으로 많이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배고픔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 욕망을 채워 보지만 그것도 잠시 뿐 또다시 배고픔을 느낀다. 

     

  나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들에게 보여 주는 삶을 살아온 것 같다. 내가 의식하고 그렇게 살아온 것은 물론 아니다. 어느 날 나의 삶을 되돌아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삶을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그 순간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살려고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것도 억지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면 피곤하니까 되도록이면 자연스럽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것은 남을 무시하고 이기적으로 사는 것은 아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오늘은 날씨가 춥다. 옷을 따뜻하게 입어야겠다. 그래서 내복을 입고 출근했다. 그랬더니 하루 종일 따뜻하고 편안한 하루를 보냈다. 내복을 입으면 창피하다는 생각 때문에 추워도 입지 않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남의 눈 때문에 내복도 못 입고 추워서 떨고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추워서 감기라도 걸리면 여러 가지로 자신만 손해일 뿐이다. 또 한 가지는 술을 잘 하지도 못하면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마시는 사람들도 은근히 많다. 술을 과시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하거나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다. 마시지도 못하는 술 많이 마셔서 육체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많이 축나는 경우가 많다. 단편적인 예를 들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 주위에는 이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텔레비전 광고에서는 보여주는 삶에 대한 광고가 대부분이다. 사람들의 이런 욕망을 자극해서 물건을 사도록 충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보여주는 삶 때문에 물건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다. 가만히 보면 텔레비전 광고 중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물건은 별로 없다. 대부분의 제품이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소비 그 자체의 제품이 많다. 요즘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출광고, 카드광고, 이동통신 광고, 아파트 광고 등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남에게 보여 주는 삶을 포기하고 버리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그리고 스트레스도 많이 없어진다. 내가 가진 것이 부족하거나 아는 것이 적어도 마음이 편하다. 남에게 보여줄 것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가정의 행복감도 높아지게 된다. 또한 자신을 위해서 살다가 보면 겉으로는 부족한 듯 보여도 내면으로는 삶의 질이 높아진다. 여기서 삶의 질이란 물질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정신적인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집을 깨끗이 청소 할 때에도 이런 행위가 가족의 건강 때문인가 아니면 집을 그냥 단순히 깨끗하게 하기 위함인가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가족의 건강 때문에 청소하는 것이라면 자신을 위한 삶이고, 단순히 깨끗하게 하는 것이라면 이것은 보여주는 삶일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는 아파트를 위한 삶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집안의 가구나 가전제품도 깨끗이 보관하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것 또한 나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고 가구나 가전제품을 위한 삶이 되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이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며 정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끔 삶에 대한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구조조정을 통해 불필요한 것은 버리고, 남을 의식해서 하는 행동을 줄여 나갈 때 자신은 물론 가족들 모두 편안해 지는 길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