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이야기

추석을 맞으며 바라본 사람들의 이중적인 생각들

행복한 까시 2009. 9. 28. 10:22

 추석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늘 분주해지는 것 같다. 그간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벌초도 하고, 미리미리 성묘하는 사람들로 거리와 상가는 활기를 찾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교통량이 늘어나 거리는 자동차의 행렬이 물결을 이룬다. 이렇게 추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들뜨고 있다. 이런 들뜬 기분 속에도 가슴 한켠 저끝에는 쓸쓸하거나 우울한 기분이 자리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고향이 시골에 있는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고향을 찾는다. 교통체증에 시달리며 고향집에 가다가 보면 온몸의 기운이 다빠진다. 그래도 고향집의 부모님을 만나면 이런 힘든 과정들이 다 잊혀진다. 고향에 가서도 친지들에게 인사다니고, 성묘다니다 보면 이틀 정도가 후딱 가버린다. 그러면 또 교통체증을 피해 도시로 나와야 하는 교통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고향을 방문하는 즐거움 한켠에는 조용히 시내에서 쉬고 싶다는 욕망이 마음속에서 싹트기 시작한다. 시내에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부러운 것이다. 시내에서 영화도 보고, 공원에도 놀러가고, 여유롭게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반대로 고향이나 시골로 이동하지 않고 자기집에에서 추석을 보내는 사람들은 교통체증에 시달리더라도 고향가는 것을 부러워 한다. 고향을 가야 추석 명절을 제대로 보내는 것 같고, 추석의 정취를 제대로 느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추석 연휴를 시내에서 보낸다는 것도 어찌 보면 심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시내에서 방문할 친척도 별로 없고, 아는 사람들도 적기 때문에 추석 행사를 치루는 것이 간단할 것이다. 이래저래 사람들은 자기들이 보내지 못하는 추석에 대해 서로 부러워 하며 추석을 맞이하고 있다.

 

 추석이 오면 어머니들의 이중성이 돋보인다. 어머니들은 아들도 보고 싶고 딸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며느리들은 오래 데리고 있고 싶어하시면서 딸들도 오기를 바란다. 며느리도 친정에 가면 딸이 되는 것이다. 어머니들도 또한 딸이자 동시에 며느리인 것이다. 어머니들은 단지 어머니들이 처한 입장에서만 생각하신다. 딸들이 빨리오기를 바란다면 며느리들도 일찍 보내야 하는데, 그것이 쉬운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이래 저래 남자들은 어머니와 아내 사이에서 눈치 보기 바쁘다.


 부부간에도 이중성이 있다. 아내는 친정에 가서 오래 머물고 싶어하는 반면에 시댁에 가서는 빨리 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다. 그와 반대로 대부분의 남편은 자기집에는 오래 머물고 싶어하는 반면에 처가집에서는 빨리 오고 싶어하는 마음이 있을 것이다. 자신은 아무리 아니라고 우겨도 마음속 깊은 곳에는 이러한 이중성이 들어 있다. 본래 사람 마음이 그런가 보다.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 들이대는 잣대가 다른 것이다. 그래서 마음속에 있는 잣대로 모든 상황을 측정하면 그 칫수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다.


 이밖에도 추석에 부딪히는 말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상황들이 있을 것이다. 집안 전통이나 관습에 따라 불합리한 것도 있을 수 있고, 시댁이나 친정의 관습이 달라서 어려운 경우도 많으리라고 생각된다. 이번 추석에는 서로 마음으로 이해하고, 서로 조금씩 양보하여 스트레스를 줄이는 명절이었으면 좋겠다. 우리 고유의 명절이 얼굴이나 붉히고, 짜증스러운 행사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석을 보내고 나서 사람들이 올 추석은 즐거웠다는 말을 많이 남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