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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인점의 가격 인하 경쟁은 우리들에게 득인가 손해인가?

행복한 까시 2010. 2. 22. 20:54

 

 

 최근  할인점들이 가격 인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전에도 산업 전반에 걸쳐 가격파괴를 선언한 저가제품들이 난립하고 있었다. 의류, 장신구, 중국산 장난감, 완구, 생활용품,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온통 가격파괴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소비자가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구입하면 이득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눈앞의 이익일 뿐 멀리 보면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OEM사(주문자 상표에 의한 제품 제조)에 근무하거나 관련된 사람들이다. 먼저 할인점에서 판매되는 PB(자사상표) 제품들은 대부분 OEM으로 제조되어 납품 받는다. 이런 회사들은 납품하는 업체에게 엄청나게 싼 가격으로 납품하라고 압력을 넣어 생산하도록 한다. 그렇다보니 OEM사는 말도 못하고 낮은 납품가격으로 납품을 하고, 심지어는 이문도 남기지도 않고 납품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그러면 납품을 말지 왜 하느냐고 질문할 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납품업체는 영세하기 때문에 공장을 가동시키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납품하는 것이다. 그리고 수주 대금이 물려 있어서 납품하기도 한다.

 

 두 번째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은 중소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도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인 것이다. 유통업체에서 가격을 파괴하여 판매하게 되면 일반 제조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면 제품판매가 저조하게 되고, 결국 제조업체는 설자리가 없어진다. 중소 제조업체가 줄어들면 일자리가 감소되어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제품의 품질 문제이다. 할인점에서 물건을 그렇게 싸게 팔려면 우선은 제조업자에게 가격을 싸게 공급 받아야 한다. 제조업자는 물건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 먼저 물건의 원가를 낮춘다. 물건의 원가는 웬만한 소비자가 품질저하를 눈치 채지 못하는 수준에서 원가를 낮추는 것 같다. 이렇게 원가를 낮추고도 할인점에 공급하는 가격을 맞추지 못하면 제조업체에서도 인건비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제조업체에서도 인력을 절감한다. 이런 것들 또한 실업자를 증가시키는데 일조를 한다. 다시 말하면 상품이 정상적인 마진으로 팔려야 적절한 고용이 이루어지고, 적절한 고용은 소비로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막혀서 소비가 줄어들고, 고용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이다.

 

 네 번째는 국가의 기초과학 연구 기반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교통의 편리해져 유통산업이 발달하면서 유통업은 가장 빠르고 손쉽게 돈을 버는 업종이 되었다. 할인점의 매출과 이익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재벌들은 유통회사에만 관심을 갖는다. 원재료를 생산하는 제조업은 등한시되고, 이런 제조업이 소외를 당하다보니 국가의 기초과학에 대한 연구력은 점점 떨어지는 것 같다. 이것은 사회에서 이공계의 기피현상과도 연관이 된다. 빠르고 손쉽게 돈버는 구조로 가다가 보니 결과가 느리게 나오는 연구 사업은 소외되는 것이다. 연구 사업은 미래를 위한 사업이다. 눈앞의 성과나 결과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에서도 이런 점에서는 장기적인 계획과 비전을 갖고 과학기술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동네의 경제 활성화에 기여했던 동네슈퍼, 재래시장의 몰락이다. 예전에는 여기에도 고용된 사람들이 많았었다. 이 사람들 또한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이 사람들도 실업자로 전락했거나, 아니면 지금도 점포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득은 줄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분들도 소비에 적잖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유통이 발달하고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가격은 내려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나치게 내린 물건 값으로 인한 품질저하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가 입을 수밖에 없다. 고가 제품이든 저가 제품이든 선택의 몫은 소비자 자신이다. 가장 현명한 소비자는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싼 가격에 구입하는 것이다. 요즈음은 광고를 많이 하는 제품도 품질이 수준이 낮은 제품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이 물건을 살 때 아주 주의 깊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우리가 물건 값이 싸고 편리하다고 열광했던 할인점의 어두운 그늘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 주변을 드리우고 있다. 물건을 어디서 사든지 그것은 개인의 자유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대기업들이 유통을 장악하여 결국은 소비자인 동시에 제조업에 종사하는 우리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동네 슈퍼도 모두 대기업의 슈퍼로 전환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유통업체는 더욱더 커질 것 같다. 할인점에 가서 물건을 살 때 과연 누구에게 이득이 더 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