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어머니! 열심히 공부해서 돈 많이 벌어 올께요.

행복한 까시 2010. 8. 19. 07:10

 어린 시절 집이 가난했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끼니 때우는데 급급했었다. 어머니는 늘 삼시 세끼 끼니를 걱정해야 했었다. 부족한 쌀을 아끼기 위한 메뉴를 짜기 위해 매 끼니 마다 고심을 했다. 보리밥, 옥수수, 고구마, 감자, 국수, 나물죽 등으로 메뉴를 채웠다. 지금은 이런 음식들이 웰빙 음식으로 대접 받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이자 전유물이었다.  


 사실 이렇게 가난하게 살았어도 그 당시에는 가난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모두 그렇게 살았으니 말이다. 앞집, 옆집 뒷집 할 것 없이 모두 이렇게 먹고 살았다. 심지어는 이런 음식도 없어서 배부르게 먹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다들 그렇게 사는 것인가 했다. 가난과 부자를 구별 할 줄 몰랐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 일지 모른다. 텔레비전에 잘 사는 사람들이 나와도 그 사람들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로 생각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잘 사는 사람들은 그냥 허구의 인물들이라고 믿고 살았다.


 고교 시절 서울에 올라 와서도 가난한자와 부자를 구별하지 못했다. 부자를 구경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살았어도 변두리 셋방만 전전했기 때문에 잘사는 부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부자들의 삶을 알게 된 것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중산층 사람들이 텔레비전 드라마와 같은 삶을 산다는 것이었다. 그때 충격을 많이 받았다. 내가 살아온 삶이 가난한 삶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한동안 우울했었다.


 가난한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던 학창 시절에 항상 생각했다. 힘들게 농사짓는 부모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돈을 많이 벌 것이라는 꿈을 꾸었다. 막연히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린 마음에도 힘겹게 농사지으시는 부모님이 안쓰러웠던 것이다. 돈 많이 벌어서 부모님을 도와드려야 한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공부를 하면서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쳤다.

 

 ‘어머니, 이 다음에 돈 많이 벌어 편안하게 해드릴게요.’  


 공부를 할 때면 항상 이런 마음이었다. 그러나 이런 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썩 잘하진 못했다. 그래서 지금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돈 많이 벌어 부모님께 보태드리겠다고 한 다짐을 아직까지도 실천 하지 못하고 있다. 부모님도 이런 마음을 아는지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신다.

 

 “우리에게 보태줄 생각 말고, 너희들이나 잘 살아라. 부모한테 손 벌리지 않는 것만 해도 잘하는 것이다.”


 마흔 중반을 살아가고 있는 가장들은 대부분 이런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고생하신 부모님에게 보태드려야 한다는 생각을 가슴 속에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부모님의 직업이 농업, 어업, 회사원, 자영업이든 상관없이 말이다. 요즘 마흔 중반의 가장들은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부모님에게 보태주기는커녕 자신이 가장으로 있는 가정도 제대로 꾸려가기 힘든 형편이다. 설령 생활이 넉넉하다고 해도 자식에게 베풀기 바쁘다. 좀더 좋은 학원에 좋은 음식, 좋은 환경에서 키우려는 욕심이 앞서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부모님은 뒷전으로 밀린다.


 고향집에 가면 칠십이 넘으신 부모님은 아직도 농사일을 하신다. 취미로 조금하시는 것이 아니라 생업으로 하시고 있다. 조금씩 하시라고 해도 항상 농사일에 치여 사신다. 내년에는 조금만 한다고 하시면서 또 농사일을 많이 벌여 놓으신다. 이런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더 하다. 내가 부모님께 해 드릴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 삶을 살아가기도 벅차서 부모님을 돌봐 드릴 여유가 없는 것이다.


 이번 휴가 때 부모님을 도와서 일을 거들어 드렸다. 더운 여름날 태양아래서 일을 한다는 것은 고문이었다. 이틀 정도 일을 하고 나니 병이 날 것 같았다. 쉬엄쉬엄 했는데도 힘이 든 것이다. 힘들게 농사일을 거들다 보니 학창 시절에 다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마음이 더 무거운 것이다. 오늘따라 그 약속이 자꾸만 머리에 맴도는 이유는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머니,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