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40대 중년의 청바지 도전기

행복한 까시 2010. 9. 29. 07:00

 

 청바지를 입어 본지 오래 되었다.

회사에 다니다 보니 청바지 입을 일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청바지와 멀어졌다.

30대에는 가끔 청바지를 입었지만 40대가 되어서는 청바지 입는 것이 꺼려졌다. 그래서 출근 할 때면 양복바지만 입었다. 캐주얼을 입고 출근 했다가 갑자기 출장이라도 잡히면 난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양복바지만 입게 된 것이다.

 

 

 대학교 시절에는 항상 청바지만 입었다.

값싸고, 질기고 활동하기가 편해서 항상 입고 다녔다. 한번 사면 옷 걱정 하지 않고 오래 입으니 경제적인 면도 있었다. 졸업 후에도 평상시에는 거의 청바지를 입고 다녔다.

아마도 학창 시절이 그리워서 더 청바지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최근에 갑자기 청바지가 입고 싶어졌다.

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한 동안 입지 않던 청바지가 갑자기 입고 싶어진 것이다. 젊어지고 싶어서 그랬는지, 아니면 젊은 후배들이 청바지 입은 모습이 좋아 보여서 그랬는지 나 자신도 잘 모르겠다.

 

 

 아내에게 청바지를 사겠다고 말했다.

"나 청바지 하나 사 입을까?"

"그 나이에 웬 청바지에요."

아내의 반응은 냉담했다. 아니 별로 관심이 없었다.

 

 

 며칠 전 쇼핑을 나갔다.

아내가 청바지를 사자고 한다. 내가 한 말이 아내의 머리에 남아 있었나 보다.

청바지 가게에 들어가 보니 많은 청바지가 진열되어 있다.

하지만 40대가 입을 만한 바지는 없었다.

요즘 유행하는 바지는 젊은 20,30대를 위한 청바지만 있었다.

 

 입어보니 어색하기만 하다.

 

아내의 구박이 이어진다.

"안 어울려요. 빨리 벗어요."

점원에게 말을 건넨다.

"중년들이 입을 수 있는 청바지는 없나요?"

"요즘은 골반 바지 밖에 없어요. 이런 디자인 밖에 안 나오는데요."

요즘 중년들이 입을 수 있는 청바지는 거의 없다. 입고 싶어도 입을 수가 없는 것이다.

 

 

 여러 가게를 기웃거렸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청바지 하나를 발견했다. 그것도 골반바지였다.

그래도 입어 보니 그런대로 봐 줄만했다. 두 딸들은 청바지 입은 나의 모습을 보며 웃어댄다.

"아빠, 청바지 입은 거 웃겨 죽겠다."

아빠가 청바지 입은 모습을 처음 보니 어색한 모양이다. 입고 있는 동안 계속 웃어 댄다.

딸들이 웃거나 말거나 청바지 하나를 골랐다.

 

 

 

 

 

 

 

 오랜 시간이 걸려 청바지를 장만 했다.

요즘은 청바지 값도 비싸다. 청바지 가게를 둘러보며 가격표를 보니 눈이 번쩍 떠진다. 메이커 있는 것은 3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이제는 청바지가 값싼 옷이 아닌 것 같다. 큰맘 먹고 장만해야 하는 옷인 것이다.

 

 

 운동화도 하나 장만했다.

운동화도 오랜만에 신어 보는 것이다. 운동화와 청바지를 입으니 몸도 가볍고, 마음도 가볍다. 마치 20대로 돌아간 것 같다. 20대에 입던 청바지의 향수가 그대로 떠오른다.

 

 

 거울을 보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하체의 모습은 20대인데, 상체의 모습은 40대를 보여주고 있다. 상체와 하체가 밸런스를 잃었지만, 젊게 보였다.

나는 젊게 보여서 좋은데, 두 딸들은 청바지만 입으면 깔깔 거리며 웃어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