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고향집앞 아스팔트의 유감

행복한 까시 2010. 10. 15. 07:31

 

 

 고향을 떠난지 26년이 되었다.

고향집에서 지낸 시간보다 객지에서 지낸 시간이 더 많다. 그동안 고향의 모습도 많이 변했다. 세월의 흐름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멀리 보이는 산의 모습만이 그 모습을 간직해 고향의 모습을 알려 주고 있다. 4대강 개발로 강의 모습도 변해가고 있다. 인공적으로 개발하는 강의 모습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강의 골재를 싫어 나르는 덤프트럭이 쉴새 없이 흙을 나르고 있다.

  

 큰 도로도 확장되고, 포장되어 고향집에 가기가 편리해 졌다.

도로가 포장되니 차들이 쌩쌩 달린다. 집안에서 가만히 들어 보면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도시의 한복판에 있는 것 같다. 조용한 동네에 찻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는 것이다. 이런 자동차 소리를 들으면 시골이라는 느낌이 전혀 나지 않는다. 또한 차들의 과속으로 인하여 동네 어르신들이 교통사고나 나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도로를 걸어 다니거나 경운기를 몰고 다닐 때 위험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조용한 시골에서도 이제는 교통사고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제는 고향에 가도 주차 전쟁이다.

고향에 갈 때면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주차문제가 심각하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도 아닌데, 주차공간이 없다. 조그마한 공간만 있으면 모두 농작물을 심어 주차를 할 수가 없다. 오직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은 고향집 마당뿐이다. 평상시에도 주차할 곳이 없는데, 명절 때에는 더욱 심각한 주차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야박한 인심이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내 마음속에 고향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시골에 내려가면 맨발로 땅을 밟는 것을 좋아했다. 맨발로 부드러운 흙을 밟는 느낌은 마음까지도 포근하다. 아마도 어린시절 맨발로 다니던 기억 때문에 그 느낌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그 흙을 밟고 걸어 다니면 땅이 기운이 나의 온몸에 퍼져 건강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가끔 고향에 가면 맨발로 걷곤 했다. 하지만 이제 고향의 모든 길들이 시멘트나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고향에 가도 흙을 밟기가 어렵다. 아니 밟아 볼 수가 없는 것이다. 고향집 골목까지 도시처럼 아스팔트가 깔렸다. 고향집을 대문을 나와 보면 시골에 온 것이 아니라 낯선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시골도 전원주택, 팬션 열풍으로 주택 건설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림에서 보는 집처럼 멋진 주택들이 남한강을 따라 죽 늘어서 있다. 주말이면 그 집 마당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죽 늘어서 있다. 멋진 주택들이 늘어선 강변을 지날 때에는 낯선 동네를 운전하고 가는 느낌이 든다. 아니 전혀 딴 동네 같다. 갈 때마다 주택이 건축되어 낯설게 느껴진다. 한편으로 동네가 발전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내 마음속의 고향을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겼다는 느낌이 든다. 하긴 그곳에 내 것이 아니므로 누구나 와서 집을 짓고 살아도 할말은 없다. 이런 마음을 갖는 내 자신이 너무 이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멋진 주택들을 보면서 소외감이 드는 것은 마음속의 시기심 때문일 지도 모른다. 

 

 한 번 갈때 마다 변해가는 고향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다. 변해가는 고향 마을을 보면 왜그리 섭섭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