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부모님께 인색한 전화 한통

행복한 까시 2010. 12. 13. 07:00

 

 오랜만에 이른 퇴근을 한다.

늘 퇴근은 늦게 하는 것이 이른 퇴근이 낯설기만 하다. 자동차에서는 저녁 방송이 흘러나온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본다. 한 방송에서 책 소개 코너가 있었다. 김용택님, 박완서님, 안도현님, 이순원님 등 우리시대 대표문인들이 지은 '반성'이란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 중  서석화님이 쓴 '어머니의 문안 전화'를 소개하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글의 중간 부분이 성우의 목소리를 통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요양원에 계신다. 무남독녀 외동딸에게 매일 10시면 어김없이 전화를 한다. 어머니와 딸은 전화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고 마음을 놓는다. 어느날 어머니의 병이 위중하여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어머니를 뵈러 병원으로 간 딸은 어머니의 휴대폰을 건네 받는다. 

 

 딸이 어머니의 휴대폰을 열어 본다.

 어머니의 휴대폰에는 오직 딸의 휴대폰 통화 내역만 들어 있다. 딸의 휴대폰에 들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통화내역과 대조적이다. 어머니는 딸에게 전화를 거는 일이 하루 일과중에서 중요한 일이지만, 딸은 어머니와의 전화 통화가 일부분인 것이었다. 어머니의 전화 통화내역의 가난함에 딸은 목이 메이는 것이다. 어머니는 딸이 개통해준 전화의 요금이 많이 나올까봐 전화도 짧게 하게 끊는다.

 

 이 글을 들으니 갑자기 울컥해 진다.

라디오를 진행하는 진행자도 울컥해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한다. 갑자기 부모님 생각이 난다. 나는 부모님께 전화를 자주 했나 하는 반성부터 하게 된다. 전화에 대해서는 할말이 없다.

 

 며칠전에 어머니가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어머니는 아무도 안계시면 아내나 나에게 전화를 하신다. 누가 있으면 마음대로 이야기하는 것이 불편하니까 아무도 없을 때 전화를 하시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부모님께 전화한지가 몇 주 지난 것 같다. 아버지가 백내장 수술을 하셨다고 한다. 수술을 하셨으니 아버지께 전화를 넣으라는 것이다. 아버지가 섭섭해 하실까봐 미리 알려 주시는 것이다.

 

 사실 전화를 자주 했더라면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얼굴이 화끈해 진다. 부모님께 안부전화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렵다고 못하는지 모르겠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저녁에 전화를 했다.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기분 좋으신 목소리로 아버지가 전화를 받으신다. 다행이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한다.  

 

 매일 바쁘다는 핑계로 전화를 못드리고 있다.

그리고 이따가 전화해야지 하다가 잊어버리는 것이다. 아마도 내 자식이라면 잊지 않고 전화 했을 것이다. 부모님이라 잊어버리는 것이다. 부모님은 언제 전화해도 반갑게 전화를 받으신다. 자식들의 전화 목소리를 반가와 하는 데도 자식들은 왜 이리 전화에 인색한지 모르겠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핑계 댈지도 모른다.

사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전화를 못 할 때도 많다. 나중에 전화 통화할 부모님이 안계신다면 후회할 일이다. 부모님이 살아계신 사람들은 부모님과의 전화 한 통화가 행복인 것이다. 부모님이 계실 때는 이런 소중한 사실도 모르는 것이다.  

 

 부모님에게 거는 전화 한 통화....

우리에게는 그냥 사소한 안부전화 일지 몰라도 부모님은 자식의 안부를 챙기는 중요한 수단이다. 부모님에게 전화 한통은 하루 일과 중 소중한 것이다.  앞으로 전화를 자주 해서 부모님을 즐겁해 해드려야 할 것 같다. 부모님께 효도는 전화 거는 작은 것부터 챙겨야 한다. 라디오에서 책 한권을 소개 받으며 우리가 살아가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