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컴퓨터를 고치고 아내에게 구박 받았다.

행복한 까시 2011. 1. 4. 07:00

 

며칠 전에 퇴근하니 아내는 컴퓨터가 이상하다고 했다.

컴퓨터를 켜 보니 화면이 파랗게 나왔다. 글씨도 나오고, 화면은 이상 없이 나오는데, 화면이 파랗게 보이는 것이다. 컴퓨터를 산지 일 년도 되지 않았는데 이상이 생긴 것이다. 컴맹이라 아무리 보아도 모르겠다.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야, 컴퓨터가 이상하다. 화면이 파랗게 나온다. 어떻게 해야 하냐?"

"형, 모니터 다른 것 있으면 장착해 보세요. 그래서 이상이 있으면 모니터가 문제이고, 아니면 비디오 카드가 문제일 거예요."

"그러면 되겠구나. 알았어. 그렇게 해 볼게."

 

 전화를 끊고 나서 회사에서 모니터를 빌려 오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깜빡 잊고 모니터를 챙겨 오지 못했다. 성질 급한 아내는 빨리 컴퓨터 고치지 않는다고 성화이다. 그 다음날도 또 잊고 모니터를 빌려오지 못했다.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보니 거의 일주일이 지났다.

 

 어제는 큰맘 먹고 일찍 퇴근을 했다.

컴퓨터를 고치기 위해서 이다. 오늘도 고치지 못하면 아내의 눈초리가 더 올라 갈 것을 잘 알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고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회사에서 모니터를 빌렸다. 모니터로 시험한 후에 컴퓨터 수리를 맡겨야 하기 때문이다.

 

 집에 도착해서 빌려온 모니터를 장착해 보았다. 장착해 보니 이상이 없었다. 그렇다면 본체의 비디오 카드가 문제일 것이라 생각했다. 본체를 수리 센터에 가지고 가려다가 다시 한번 집에 있는 모니터를 장착해 보았다. 그랬더니 모니터는 아무 이상 없이 작동 되었다.

 

 너무 허무 했다.

아마도 본체와 모니터 사이의 연결 부분이 느슨했던 것이 문제인 것 같았다. 너무 쉽게 고친 것을 본 아내가 한마디 했다.

"아휴, 컴퓨터가 이상이 있으면 좀 제대로 점검 좀 해 보시지. 일주일간 컴퓨터도 못 썼잖아요. 아이들 공부도 해야 하는데, 못했잖아요."

 

 나는 한마디로 말하면 기계치다.

기계를 잘 고치지 못한다. 집안의 기계를 잘 고치지 못한다. 기계가 이상이 있으면 고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A/S 센터에 맡기는 편이다. 집안의 문이 고장 나도 아내가 고치고, 집안 물건이 소소하게 고장 나면 아내가 고치는 것이다. 아내도 컴퓨터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아내가 고칠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컴퓨터 고장에 대한 해프닝은 이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기계치라 이런 어이없는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기계가 고장 나면 고치려고 시도해 보지도 않는다. 기계치라 미리 겁먹고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내는 늘 이런 나의 행동이 못마땅한 것이다. 그래서 집안의 물건이 고장 났을 때 빨리 고쳐주지 않으면 아내가 직접 나서서 해결하곤 한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이렇게 기계치인 사람이 이공계를 전공했다는 것이다. 이공계 출신이라 회사에서 기계를 다룰 일이 많다. 기계가 고장 나면 직접 고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손을 많이 빌리는 편이다. 요즘도 기계가 고장 나거나 작동이 안 되면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린다. 기계를 잘 고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기계를 잘 고치는 것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