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딸에게 ‘너는 누구니?’ 하고 물었더니

행복한 까시 2011. 3. 15. 07:30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다.

평소 싱거운 말을 잘 하는 동료가 인사를 한다.

 “누구세요?”

 그냥 대답 없이 씩 웃기만 했다.


 순간 딸들에게 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딸이 귀엽거나 깨물어 주고 싶을 정도로 예쁠 때 이런 질문을 자주 했다. 물어 보나마나한 질문이다. 그냥 할말이 없으니 딸들에게 말을 걸기 위한 수단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너는 누구냐? 왜 우리 집에 있니?”

어릴 때는 곧잘 대답하더니 이제는 멀뚱멀뚱 쳐다볼 정도로 성장했다. 

 

 

 #네살 때


 저녁에 퇴근해서 놀다가 심심하면 딸에게 물었다.

  “너는 누구니?”

  “이상진”

 잠시 후 또 있다가 물으면 또 이름을 또박또박 대답했다. 열 번 물으면 열 번 다 이름을 대답했다. 그렇게 순진하던 딸이 커가면서 대답이 바뀌어 갔다.


 

 #일곱살 때


 휴일 날  딸아이와 놀다가 또 물어 본다.

  “이놈 너 누구야?”

  “아빠 딸이지 누구에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한 번 더 물으면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아 - 빠 - 딸, 그것도 몰라요.”

 그런 것도 모른다는 식으로 구박을 한다. 한 번 더 물어보았다가는 봉변을 당할 지도 모른다.

 


 #열살 때


 어느 날 뜬금없이 딸에게 또 질문을 한다.

아마도 말이 걸고 싶고, 장난을 치고 싶어 말을 건넨다.

 “야, 너 누구야? 왜 우리 집에 있는 거야?”

 “사람이요. 그냥 우리 집 이니까 있는 거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한다. 두 번 물으면 아예 대답도 안한다.

 

 

 #열세살 때

 

 딸에게 말이 걸고 싶어 또 질문을 해 본다.

 “야, 이마. 너 누구여?

 “.......................”

 아무런 대답이 없다. 대답할 가치조차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냥 쳐다보기만 한다. 말하기도 귀찮은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것은 점점 재미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제는 조금 컸다고 어른인 체한다. 이제는 물어 보는 말에 고분고분 대답도 잘 하지 않는다. 사춘기라 그런지 말하기도 싫어하고, 제 기분이 내키는 대로 이야기를 했다가 안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 가끔은 아이들이 어렸을 때가 재미있었다고 생각이 든다. 아마도 더 먼 훗날에는 지금도 좋은 시절이라고 회상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