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 이야기

우리 가족이 한밤중에 빵집에 간 사연은?

행복한 까시 2011. 8. 18. 07:00

 

 오랜만에 이른 퇴근을 했다.

이른 퇴근이 익숙하지 않은 요즘이다. 늦은 퇴근 때문에 아이들에게는 늘 미안한 마음이 있다. 하지만 아이들도 어느 정도 익숙해 진 것 같다. 오히려 일찍 가면 놀라는 눈치이다. 치과 치료 때문에 일찍 퇴근을 한 것이다. 치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시계는 벌써 8시를 훨씬 넘긴 시각이다. 밥을 먹고 9시 뉴스를 보는데, 아이들이 축 쳐져 있다.


 간식이 필요하다는 눈치다.

아이들이 밥은 적게 먹고, 간식만 찾는다. 밥을 적게 먹어서 그런지 늘 먹을 것을 찾아 헤맨다. 크려고 그러는지 숲속의 하이에나처럼 늘 먹을 것만 노리고 다닌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밥을 굶기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뉴스를 보다가 축 쳐진 두 딸들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축 늘어진 아이들을 깨우기 위해서 처방이 필요했다.


 “얘들아, 우리 빵집가자.”

 “빵집에 가서 팥빙수도 먹고, 빵도 먹자.”

 

 이 말 한마디에 아이들은 화분에 물을 준 것처럼 생기가 돌며 싱싱해 진다.


“아빠, 최고야.”

 작은 딸은 좋아서 펄쩍펄쩍 뛰고 난리가 났다. 시계를 올려다보니 시계 바늘은 막 아홉시를 지나고 있다. 가족들을 이끌고 빵집으로 향했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내도 좋아한다. 밤에 가족끼리 외출하는 것도 괜찮다. 술을 좋아 했다면 가끔 아내와 호프집에도 갔을 것이다. 둘 다 술을 마시지 못해서 이런 낭만적인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빵집에 도착했다.

늦은 시간에도 사람이 제법 많다. 앉을 자리도 별로 없다. 우리처럼 가족끼리 나와서 팥빙수를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간신히 자리를 확보해서 팥빙수를 주문했다. 두 딸들은 빵을 골라 왔다. 조금 기다리니 팥빙수가 나왔다. 시원하고 달콤한 팥빙수를 한 숟가락 떠 넣으니 가슴까지 시원함이 전해져 온다. 아이들도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팥빙수와 빵을 다 먹고 작은딸은 또 빵을 집어 든다. 그리고 맛있게 먹어 치운다. 꽤 출출했던 모양이다.


 맛있게 빙수를 먹고 빵집을 나선다.

가족들 모두 즐거워하니 나도 덩달아 즐거워진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족끼리 함께 하는 것이 행복인 것 같다. 작은 이벤트라도 가족이 행복해 하면 그만이다. 그리고 행복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이런 작은 일들이 쌓여서 행복해 지는 것이다. 가족들과 나란히 걸으면서 문득 행복이란 단어가 떠올랐다. 가족들을 위해 이런 깜짝 이벤트를 자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