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아내 주변에는 모범 남편들만 있다.

행복한 까시 2011. 4. 12. 07:00

 

 요즘은 아내가 외출을 많이 한다.

이제 아이들도 크고 나니 여유가 좀 생긴 모양이다. 신혼 시절 서울에 가고 싶다고 보채던 적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러 버린 것이다. 이제는 지금 사는 곳이 좋다고 한다. 내가 서울로 가자고 해도 반대를 한다. 이곳에서 아줌마들을 사귀어서 제법 친구들이 많다. 가끔 친구들을 많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가 만나는 친구들의 남편이 하나 같이 모범 남편이라는 것이다. 


 아파트 앞 동에는 상철이 엄마가 살고 있다.

상철이는 우리 큰딸과 같은 반도 했었다. 상철이 엄마를 만나고 오더니 상철이 아빠 이야기를 한다. 상철이 아빠는 집안일을 잘 도와준다고 한다. 부엌일도 잘 도와준다고 한다. 그리고 아내가 한마디 하면 집안에 고칠 것도 바로 고쳐 준다고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아이들도 아빠를 닮아 엄마를 잘 도와준다고 한다. 그에 비하면 나는 무관심하다. 내가 보아도 상철이 아빠는 아내에게 잘 하는 것 같다. 그에 비하면 나는 아내가 몇 번 이야기해도 잘 들어 주지 않으니 화가 날만도 하다.


 예전에 살던 동네에는 소연이 엄마가 살고 있다.

아내는 가끔 소연이 엄마를 만난다. 소연이 아빠는 돈도 잘 번다고 한다. 게다가 더욱 중요한 것은 밥을 잘 먹는다는 것이다. 반찬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밥을 잘 먹는다고 한다. 반찬이 없어도 계란 후라이 하나면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운 다는 것이다. 여자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모범 남편이다. 그에 비하면 나는 어떠한가? 밥도 조금 먹고 입도 까다롭다. 그러니 아내는 밥을 적게 먹는 내가 늘 불만인 것이다.


 소연네 옆에는 승철 엄마가 살고 있다.

소연이 엄마를 만날 때 승철이 엄마도 같이 만난다. 승철이 아빠도 돈을 잘 번다고 한다. 돈만 잘 버는 것이 아니라 성격이 그렇게 좋다고 한다. 너무 착해서 승철이 엄마 속을 하나도 썩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모든 여성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착하고 돈 잘 벌어 오는 남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에 비하면 나는 성질도 그리 좋지도 않고, 그럭저럭 살아가는 사람이다.    


 가끔 생각한다.

아내 옆에는 왜 이리 모범 남편이 많은지 모르겠다. 나도 웬만큼은 모범 남편이다. 주위에 모범 남편이 너무 많아서 상대적으로 나는 빛이 나지 않는다. 주위에 모범 남편이 많으니 모범 남편처럼 행동을 해도 그냥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세상에는 모범 남편도 많고, 불량 남편도 많다. 하필이면 아내 옆에는 모범 남편만 있는지 모르겠다. 불량 남편도 있어야 나의 존재감이 있는데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식으로 합리화 시켜본다.

어쩌면 다른 남편들의 좋은 면만 보는지도 모르겠다. 아내가 말하는 모범 남편들은 좋은 점만 부각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본다. 분명 그 남자들에게도 단점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을 해 본다. 하지만 나의 이런 생각은 옹졸한 한 남정네의 착각일 것이다.        


 어쨌든 이웃의 모범 남편 때문에 모범적인 나의 남편 노릇은 존재감이 희미해져 간다. 모범 남편을 위해 더 노력을 하던지, 아내가 불량남편이 있는 여인네와 사귀기를 바라던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