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이야기

화초와 사랑에 빠진 아내

행복한 까시 2013. 5. 28. 08:03

 

 

 아내가 화초에 빠져 버렸다.

적당히 빠진 것이 아니라 아주 푹 빠져 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달려가는 것이 앞 베란다의 화분이 모여 있는 곳이다. 베란다에 가서 아침 인사를 한다.

 “ 내 딸들아 잘 잤니?”

 인사를 하고 나서 화초를 감상한다. 그냥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애지중지 하며 감상하는 것이다.

 저녁에도 자기 전에 화초에게 인사를 한다.

 “내 딸들아 잘 자고, 내일 아침에 보자.”


 아내가 화초에 빠진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웃집에서 제라늄을 얻어 오고 난 후에 일이 그렇게 되었다. 손수 화분에 제라늄을 심고 나서 사랑에 빠진 것이다. 식물도 그렇다. 남이 심어 놓으면 애착이 덜 간다. 내 손으로 심어야 애착이 더 가는 법이다. 게다가 무럭무럭 잘 자라고, 예쁜 꽃까지 피워 내니 더 애착이 가는 것이다.


 아내의 정성에 화답이라도 하듯 화초도 더욱 예쁘게 자란다. 화초가 잘 자라서 아내의 애착이 더 큰 것이지, 아니면 아내의 정성 때문에 화초가 잘 자라는지 몰라도 아무튼 화초는 너무도 자라고 있다. 틈만 나면 아내는 베란다에 나가서 화초와 대화도 하고, 화초를 감상한다. 가끔 아내의 화초 사랑에 샘이 나면 한마디 한다.

 “아이구. 이여사님, 화초를 사랑하는 마음 반만큼만 나 하구 우리 딸들에게 줘 봐요.”


 그러면 아내는 받아 친다.

 “화초는 말을 못하잖아요. 말을 하지 못하니까 내 속도 안 긁잖아요.”

 “그러니까 예뻐 할 수밖에 없지요.”

 아내의 변명 아닌 변명을 매일 듣는다. 그러면서 주말 마다 티격태격 한다. 예전에 라디오 사연이 생각난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이나 물고기를 애지중지하며 가족들에게는 소홀이 한다는 사연을 종종 들었다. 그 사연을 듣고 웃음을 지었는데, 지금 우리 가족의 사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그렇게 중증은 아니지만 언제 그런 신세가 될지 모르겠다.


 아내가 화초와 사랑에 빠졌는데도 그리 기분은 나쁘지 않다.

화초를 가꾸는 것도 정신 건강에 그리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좋을 것이다. 집에만 있는 아내가 그런 취미에 빠지는 것도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가끔 화초만 애지중지하니 질투심이 발동해서 한마디 하는 것뿐이다. 화초와 사랑에 빠지더라도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이 또 하나의 행복인 것이다. 그리고 화초 때문에 가족간의 대화의 소재거리가 있다는 것도 좋은 일이다. 올봄에는 화초 때문에 여러 가지 해프닝이 있었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즐거운 봄이었다고 생각한다. 오늘 아침에도 아내는 화초에게 제일먼저 문안 인사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