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시 이야기

대학MT 때 당한 모욕이 가끔 생각난다.

행복한 까시 2011. 4. 25. 16:03

 

 따뜻한 봄날이다.

이렇게 따뜻한 봄날이 오면 가끔 대학 시절 MT의 추억이 되살아 난다. MT라야 별것도 없다. 하지만 억눌렸던 고3을 마쳤기 때문에 모든 것이 좋아 보였을지도 모른다. 대학에 처음 들어가면 처음 해 보는 일도 많다. 미팅도 그렇고 MT도 그렇다. 대학에 입학하면 신입생들이 가장 먼저 기다리는 것이 미팅과 MT이다.

 

 나도 마찬가지로 MT를 기다렸다.

처음에는 MT의 뜻도 몰랐다. 그냥 놀러 가는 것 쯤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MT가 더 기다려진 것이다. 입학하고 한달 반 정도 지났을 때 MT가 잡혔다. 친구들은 며칠 전부터 들떠 있었다. 더우기 우리과에는 여학생이 절반이 되었다. 그래서 더 기대를 했는지도 모른다. 여학생들이 있으니 해프닝도 많았다. 1박2일로 가는 MT라 보수적인 집에서는 못가게 하는 부모도 있었다. 교수님이 확인서를 쓰고, 집으로 전화를 해서 모두 갈 수 있었다.

 

 며칠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출발을 했다.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완행 버스를 타고 떠났다. 친구들과 선배들은 여러대의 버스에 나누어 탔다. 버스안은 만원이었다. 원래도 손님이 많았는데, 우리들이 타니 더 혼잡했다. MT준비물로 짐도 많았기 때문이다. 만원 버스에서도 친구들은 즐거워 했다. 그냥 교외로 나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도착해서 짐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조별로 저녁을 지어 먹었다. 준비해온 것으로 저녁을 차리니 푸짐했다.  주로 메뉴는 카레와 참치가 대부분이었다. 무엇을 먹어도 맛잇는 그 시절 야외에서 먹는 밥은 꿀맛이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야외 행사가 있었다. 모두 둥글게 둘러 앉았다. 말을 재미있게 잘하는 선배가 사회를 보았다. 남자와 여자의 숫자가 비슷해서 파트너를 정하기로 하였다. 그때까지도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즐겁기만 했다.

 

 파트너의 이름이 하나둘씩 불려졌다.

한참 후에 내이름이 불려졌다. 그런데 내파트너는 2학년 선배였다. 같은 동급생이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2학년 선배인 그녀는 얼굴이 예뻤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이었다. 문제는 그다음 이었다. 그녀가 나와 파트너를 안하겠다는 것이었다. 깜깜한 밤중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나 그애 싫어. 파트너 안할래. 그애 이상해, 싫단 말야."

동급생인 사회자 한테 말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사회자가 그녀에게 말을 했다.

 "야, 그래도 정한 거잖아, 그냥 해라. 파트너 한다고 어떻게 되냐?" 

 

 순간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그 기분 나쁘고 묘한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냥 그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아니 지금처럼 자동차만 있었다면 그냥 왔을지도 모르겠다. 우여 곡절 끝에 그녀와 파트너를 하였다. 하지만 기분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다. 친구들은 즐거운 게임이었지만 나는 하나도 즐겁지 않았다. 게임 하는 내내 그녀가 내뱉은 말만 머리에서 맴돌 뿐이었다. 그래서 첫 MT는 망친 기분으로 끝났다.

 

 그 후로도 MT를 몇 번 갔지만, 첫 MT 때 망친 기분 때문에 그리 유쾌하지가 않았다. MT만 가면 그녀가 떠오르면서, 기분을 망가뜨렸다. 지금 그녀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얼마나 잘생긴 녀석과 살고 있는지 궁금해 진다. 이제는 그 기억도 희미해져 간다. 지금 똑같은 일이 벌어 진다면 웃고 넘기겠지만, 그 당시에는 충격적이고, 모욕적이었다. 요즘처럼 따뜻한 봄날이 오면 그 때 MT 추억이 자연스럽게 떠올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