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아이스크림은 어린 시절 간절한 로망이었다.

행복한 까시 2011. 5. 22. 08:03

 

 두 딸들은 시간만 나면 보챈다.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말이다. 가까이 다가와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아빠를 부른다. 그러면 아이스크림 사달라는 신호이다. 특히 마트나 외출을 하면 꼭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른다. 그러면 안 사주고는 못 배긴다.


 아이스크림 두 개를 샀다.

딸들에게 하나씩 손에 쥐어 주었다. 집에 가서 먹으라고 종이에 쌓여 있는 조각난 아이스크림도 샀다. 아내 또한 아이스크림 광이다. 종이에 쌓여 있는 아이스크림은 아내를 위해 산 것이다. 하지만 아내의 입에는 몇 개가 들어갈지 의문이다. 아이들은 입이 귀에 걸린다. 이런 모습에 자꾸 아이스크림을 사게 되는 것이다. 아이스크림이 나쁘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대한 유혹이 더 큰 것이다.


 아이스크림은 계산하기가 무섭게 누드가 된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행복해 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했던 나의 모습이 흑백텔레비전과 같은 영상으로 되살아난다.

 

 

 

 

 

 읍내에서 대회가 있었다.

예전에도 학교에서 치루는 대회가 많았다. 잡다한 재능이 많았던 나는 대회에 자주 출전을 했다. 그날도 대회가 끝나고 읍내에서 집으로 가는 차를 기다렸다. 차를 기다리는데 다른 동네 아이들이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포미콘 이었다. 그 시절 동네에 텔레비전이 처음 들어와 광고는 보고 있었다. 사실 광고에 보아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은 잘 알 수 없다. 아이들이 먹고 있는데, 군침이 넘어갔다. 소프트한 것을 아이들이 혀를 이용하여 빨아 먹는데 맛있어 보였다.


 수중에는 있는 돈은 차비 밖에 없었다.

아마 돈이 있었다고 해도 아까워서 사 먹지 못했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포미콘을 먹는 아이들의 영상은 지워지지 않았다. 그 생각은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나중에 돈이 생기면 아이스크림콘을 꼭 사먹으리라 다짐을 했다.


 아이스크림에 목말라 했던 이유는 또 있었다.

시골집은 오지에 있었다. 그래서 동네에 가게가 없었다. 가게라고 있어야 동네에서 운영하는 구판장이라고 하는 구멍가게 밖에 없었다. 생필품만 겨우 팔았지, 아이스크림 같은 것은 없었다.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으려면 8Km가 되는 읍내까지 나와야 했었다. 냉장고도 없던 시절이라 아이스크림을 하나 먹는다는 것은 큰 행운 중의 하나였다. 


 어쩌다가 하드 장사는 들어왔다.

하드는 설탕물에 색소를 넣어 얼린 일종의 얼음이라고 보면 된다. 그 시절에는 그것도 맛있었다. 더운 여름날에는 얼음만 먹어도 맛있던 시절이었다. 하드 장사가 들어오면 처마에 걸린 마늘을 몇 개 빼어주고 하드를 샀다. 그러면 우리 형제들은 개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 보니 아이들 손에는 아무 것도 없다.

금방 다 먹은 것이다. 어린 시절 우리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먹어치웠던 것처럼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한참 있으니 아내 먹으라고 사온 아이스크림도 거의 다 바닥이 들어 났다. 눈만 돌리면 아이스크림이 하나씩 사라져 간다. 많이 먹지 못하게 하니 나와 아내의 눈을 피해 하나씩 꺼내 먹는 것이다. 알면서도 모른 체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모르는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