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두부에 대한 서글프고 아픈 기억 두 가지

행복한 까시 2011. 5. 27. 07:00

 

 아침에 두부 반찬이 올라왔다.

 “두부가 무척 부드럽네. 난 단단한 두부가 좋은데.”


 “요즘 두부 다 그래요. 요즘 사람들 단단한 두부 별로 안 좋아해요.”

아내가 대답한다.


 요즘은 입에서 살살 녹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다.

부드러운 음식이 트렌드 이고, 인기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거친 음식이 좋다. 어딘지 모르게 덜 다듬어진 음식이 좋은 것이다. 음식 고유의 냄새가 풍기는 그런 음식이 좋은 것이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손 두부가 맛있다. 단단한 두부는 집에서 하는 두부를 일컫는 말이다. 콩을 맷돌로 갈아 갓 만들어진 온기가 남아 있는 두부의 맛은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제는 집에서 만드는 두부가 반갑지 않다.

두부를 보면 두 가지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한 가지는 형수가 두부를 하면 벌어진 일이다. 약 10년 전 겨울이었다. 제사가 있어 형수가 두부를 만들었다. 두부를 만들다가 부주의로 팔에 화상을 입었다. 화상이 심해 약 4개월간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 피부 이식 수술도 하고, 여러 가지 화상치료를 했다. 화상 또한 고통스러운 아픔이다. 병원에 퇴원한 후로도 일년 동안은 팔도 잘 못쓰고, 통원치료도 했다.


 이제 상처는 아물었다. 그러나 화상 자국은 심하게 남아있다. 피부 이식까지 하였으나 흉터는 심하게 남았다. 그 흉터가 그 시절의 아픔과 고통을 그대로 말해 주고 있다. 두부를 보면 형수의 화상이 생각나고, 형수의 흉터 자국을 보면 두부가 생각이 난다.


 다음은 어머니와 두부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년 추석 때였다. 집에서 또 두부를 했다. 두부를 하다가 어머니가 부엌에서 미끄러졌다. 하마터면 두부 만드는 것을 거들던 아버지가 화상을 입을 뻔 했다. 다행이 아버지는 화상을 면했지만, 어머니가 다쳤다. 척추 뼈에 금이 갔던 것이었다. 아프다고 하면서도 병원에도 가지 않으셨다. 추석날 아침 차례를 지내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병원에서 시진을 찍더니 뼈에 금이 갔다고 한다.


 너무 화가 나서 어머니에게 말했다.

  “어머니, 두부 지긋지긋 하지 않아요. 저번에도 두부 때문에 속 썩고 또 두부 하세요.”

  “이제, 두부 좀 그만하세요. 두부 먹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너희들 줄라고 했다. 너희들이 맛있게 먹어서 말이다.”

 “괜히 다쳐서 너희들만 고생시키는 구나.”


 어머니 마음은 잘 안다.

이제는 연세가 들어 무거운 것도 잘 들지 못하는 어머니이다. 그런 분이 두부를 한다는 것이 달갑지 않아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말았다. 아픈 와중에도 자식들 고생하는 것만 생각하는 어머니이다. 


 병원에서는 집에서 3개월간 누워있어야 한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집에 돌아와서 어머니는 3개월 동안 꼼짝도 못하고 누워 계셨다. 3개월 동안 어머니는 많은 고생을 하셨다. 의사의 진단대로 3개월이 지나니 뼈가 자리를 잡아 완전히 나았다. 그래도 그만하기 다행이다.


 지금도 두부만 보면 두 가지 아픈 기억이 생각난다.  

이제는 고향집에서 두부 좀 안했으면 좋겠다. 두부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특히 기운이 없는 노인들이 두부를 한다는 것은 위험 그 자체이다. 이제는 어머니도 두부를 안 할 것이라고 믿지만, 그 아픔의 기억이 사라지면 두부를 또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들에게 두부 한모라도 더 먹이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