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나의 결혼 조건은 '삼시세끼 밥 먹는 것' 이었다.

행복한 까시 2011. 5. 28. 08:48

 

 토요일 아침이다.

아내는 압력밥솥에 밥을 짓고 있다. 밥을 안치면서 한마디를 던진다.

 “아휴, 오늘은 밥하기 싫다. 빵 한쪽으로 때웠으면 딱 좋겠네.”


 듣고 보니 이해가 간다.

일 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밥을 짓는다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밥을 짓는다 해도 그런 마음이 들 것이다.


 나의 결혼 조건 중의 하나가 ‘삼시세끼’였다.

다시 말하면 아침에 따뜻한 밥 얻어먹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결혼 할 때 아내에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 아내 또한 아침밥을 꼭 먹어야 한다는 가치관이 있었다. 다른 것도 마음에 드는 것이 있었으나, 밥을 잘 얻어먹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조건 중의 하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삼시세끼’는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요즘 회사에서는 아침밥 먹지 않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만큼 아침밥을 챙겨 먹는 일이 쉽지가 않다는 것이다. 아침밥을 얻어먹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고, 행복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금 ‘삼시세끼’라는 결혼 조건은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이다.

요즘 이런 조건을 내세운다면 평생 결혼도 못하고 총각으로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여성들은 내가 밥하려고 결혼하느냐고 발끈할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이런 이야기를 하며 조선시대의 고리타분한 남성으로 치부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에는 가끔 빵도 먹는다.

예전에는 빵도 먹지 않았다. 오르지 밥이었다. 밥을 먹어야 식사를 한 것처럼 느껴졌다. 밥을 먹지 않으면 배가 부르지 않고, 늘 허전했다. 이런 나를 보면서 아내는 촌사람이라고 놀려 댔다. 아내가 아무리 놀려도 배가 고픈 것은 사실이었다.


 이제는 아내가 차려준대로 먹는다.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아침밥 먹고 나온다고 하면

 “간이 많이 크시네요.”

하면서 농담을 건넨다.


 요즘은 집에서 남자들이 위상이 작아지고 있다.

조그만 것만 요구해고 간이 크다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주고받는다. 농담 속에 진실이 있다고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가끔 이런 이야기도 한다.


 “요즘은 밥 차려 먹고, 나와야 하는 세상이야. 앞으로는 밥해서 차려 놓고 출근해야 결혼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금 세상이 변해가는 속도로 볼 때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남자들도 점점 집안일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집안이 편안할 것 같다. 서로 집안일을 함께 할 때 가정의 행복이나 즐거움이 배가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