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아내와 나는 딸바보 부부

행복한 까시 2011. 9. 9. 16:49

 

 

 아침밥을 먹으려고 식탁에 앉았다.

아내는 야채를 곱게 썰어 요리를 준비하고 있다.


 “볶음밥 만들려고?”

 “아니, 어제 큰딸 치과에 갔다 왔잖아.

  죽 쑤어 주려고. 그런데 소고기가 없네. 어떻게 하지?”

 

 아침부터 교정하는 큰 딸을 위해 죽을 만드는 중이었다. 내가 교정 할 때는 신경도 안 써주더니 딸이 교정을 하니 신경이 은근히 쓰이는가 보다. 큰딸이 제대로 먹지 못하니 먹을 것 해주느라 바쁘다.

 

 그 뿐만 아니다.

운전을 배우더니 큰딸 통학 시켜주기 바쁘다. 큰 딸이 태워 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태워다 준다. 오후에 하교 할 때에도 문자나 전화가 오면 가서 태워 온다. 딸과의 동행을 은근히 즐기는 것 같다.


 요즘 이런 아내를 보면서 한마디 한다.

 

 “아휴, 당신은 딸바보야.”


 “아이고, 자기도 더하면 더했지 만만치 않네요.

  아이들이 뭐 먹고 싶다고 하면 못 사줘서 안달이잖아요.

  쩔쩔 매는 사람이 누군데..... ” 


 말 한번 잘 못 했다가 본전도 찾지 못했다.

하긴 나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이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하면 사다주고, 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아내와 다투면서도 사다가 준다. 그리고 이것 저것 요구사항을 대부분 들어 준다. 아내가 못하게 하는 것에 대해서 아이들은 나를 이용한다.

 

 말로는 늘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주장 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 한다.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는 늘 고민이다. 강하게 키워야 하는 것과 아이들에게 베풀어줘야 하는 것에 대해 늘 고민인 것이다. 어디까지 해주어야 하고, 어디까지는 해주지 말아야하는 것에 대해 늘 갈등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 몇 년만 크면 품에서 떠나야할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이기에 더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잘 해줘야 하는 것과 아이들을 강하게 키워내야 하는 것에 대해 더 갈등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요즘 아이들이 너무 연약해서 문제이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너무 연약하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일에 너무 관여하고, 아이들은 부모에게 너무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독립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실천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와 아내는 경쟁적으로 누가 더 딸바보 노릇을 하는지 경쟁하고 있다. 우리부부의 딸바보 경쟁에 아이들은 즐거움과 행복이 더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