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고향집을 화재로부터 구해준 고마운 제비들

행복한 까시 2011. 6. 14. 07:00

 

 밭에 가셨던 아버지가 볼일이 있어 집으로 왔다.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 제비 소리가 시끄럽게 들렸다. 제비들이 쉴 새 없이 짹짹거리고 있었다. 아버지는 고양이가 왔다고 생각하고, 집 뒤편에 있는 제비집으로 갔다. 뒤편으로 가니 부엌에서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연기가 나오니 제비들이 위험을 알고, 짹짹 거렸던 것이다.

제비집에는 어린 제비 새끼들이 들어 있었다. 새끼들이 제비 둥지에 있었으니 어미는 애가 탔을 것이다. 그래서 제비는 짹짹거리며 어찌할 줄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 그 광경을 아버지가 발견한 것이다.


 아버지는 부엌으로 갔다.

부엌에 가 보니 가스 위에 놀려 놓은 냄비가 타고 있었다. 황급히 가스 불을 끄고 환기를 시켰다. 냄비는 어머니가 올려놓으신  것이다. 찐빵을 하려고 팥을 삶는 중이었다. 가스 불을 끄고 나간다는 것이 깜빡 잊고 그냥 나가신 것이다. 어머니도 연세가 드니 점점 깜빡하시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고향집에 다녀왔다.

내가 고향집에 가던 날 이 일이 발생한 것이다. 집에서는 아직도 탄 냄새가 남아 있었다. 어머니는 내가 도착하자 이 말씀을 하셨다.

 “제비가 우리 집을 구했다. 제비 아니었으면 우리 집 다 태워먹을 뻔 했다.”

 “이제 나이가 드니 정신이 깜빡깜빡 한다. 가스 불을 끄고 갔어야 하는데.....”

 “이제 부엌일도 못하겠다.”


 고향집에 들어와 사는 제비가 큰일을 해낸 것이다.

항상 처마 밑에 살고 있어 무심코 넘겼던 제비가 고맙게 느껴졌다.

 “정말 큰일 날 뻔 했네요. 제비가 집을 구했네요.”

 “제비에게 물고기라도 잡아 주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듣고 있던 어머니가 한마디 한다.

 “제비는 물고기 안 먹는다. 제비는 잠자리 같은 곤충과 벌레를 잘 먹는다.”

 “그럼, 먹이도 못 잡아 주겠네요. 어쩌죠?”

 하면서 한바탕 웃었다.


 웃었지만 생각해 보니 심각한 일이었다.

그러고 보면 동물들도 좋은 일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자신들이 위협을 느껴 신호를 보냈지만, 그로 인해 고향집을 구한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을 가끔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 있는 동물들과 동고동락 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고향집을 구한 제비를 보니 흥부전이 생각이 난다.

은혜를 갑기 위해 흥부네 집에 박씨를 주었다는 고전 소설이 생각나는 것이다. 고향집 처마 밑에 둥지를 튼 제비를 보면서 흥부전이 허구가 아니란 생각도 든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 소설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고향집을 화재로부터 구했다는 것은 흥부네 집에 전해준 박씨에 버금가는 귀중한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