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깊은 인연 때문인가 보다.

행복한 까시 2012. 1. 30. 07:30

 

내가 그녀를 만난 것은 20년 전 일이다.

그때 당시 나는 모회사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지금은 자가용으로 출퇴근을 하지만 당시에는 차가 귀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퇴근을 하거나 통근버스를 이용하였다. 공장과 연구소는 대부분 외곽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통근버스를 주로 이용하였다.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지 일 년 정도 지난 어느 날이었다.

 

 통근 버스에서 내려 당산역에 도착하였다.

통근 버스에서 내린 동료들이 시청방면 2호선 전철에 몸을 실었다. 전철에 타고 나서 동료들이 낮선 얼굴을 소개시켜 주었다. 오늘 공장으로 발령 난 여직원이라고 하였다. 그 바로 그녀였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운명의 여인처럼 내 마음에 들어 왔다. 처음 본 그녀지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익숙한 얼굴이었다. 익숙한 얼굴이 참으로 예뻤다. 사람들이 많았고, 처음이라 얼떨결에 무관심한 척 인사를 하고 말았다.

 

 그 후로도 그녀는 내 머릿속에 있었다.

의도적으로 접근도 해 보았다. 그녀도 내가 싫지는 않았는지 나의 접근에 순순히 응해 주었다. 그러는 사이에 조금씩 가까워 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와 친해졌다. 같이 쇼핑도 하고, 영화도 보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녀도 나에게 호감이 있어서 같이 시간을 보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아니면 어차피 결혼을 하기 힘든 사이라고 생각해서 더 편하게 만났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나와 결혼하기 쉬운 조건은 아니었다.

그녀는 나보다 한 살이 많았다. 한 살 정도의 나이는 어떻게 하든 극복할 수가 있었다. 아니 극복할 자신이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동성동본이 가장 큰 문제였다. 지금이야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 당시에는 심각한 문제였다. 결혼을 할 수도 없었고, 설령 사실혼으로 결혼을 하더라도 혼인신고가 되지 않아 아이들을 낳아도 호적에 올릴 수도 없었다. 그리고 집안의 부모님도 허락을 해 주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 속에서도 그녀와 계속 만남을 유지했다.

그녀도 집에서 결혼하라는 성화에 못 이겨 선을 보러 다녔다. 나 또한 나이가 차니 부모님의 성화에 못 이겨 여러 차례 선을 보러 다녔다. 선을 보러 다녀도 마음에 드는 여자를 찾지 못했다. 선을 보면 대충 이렇다.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여자는 달아나 버리고, 상대편 여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면 내가 싫었다. 이래저래 선은 피곤한 것이다.

 

 이렇게 시간만 흘러갔다.

그녀 집에서도 우리 집에서도 결혼 하라고 난리가 났다. 특히 명절만 되면 친척들까지 난리가 났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와 결혼하기로 결심을 했다. 먼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고향에 갔다. 그녀가 있다고 말씀드렸다. 그녀의 나이 이야기를 했다. 나이에 대해서는 별말씀이 없으셨다. 내가 예상한 대로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다음 동성동본에 대해 말씀드렸다. 아버지의 표정을 보니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마침 그해가 동성동본 혼인이 가능한 해였다. 그 당시에는 동성동본이라도 몇 년에 한 번씩 한시적으로 혼인신고를 할 수 있었다.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사람만 괜찮으면 네가 알아서 하라고 말씀 하셨다.

 

 아버지에게 허락을 받고 그녀를 만났다.

예술의 전당으로 그녀를 불러내었다. 그녀가 나왔다.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프러포즈를 하였다. 너무나 조촐한 프러포즈였다. 아내는 지금도 프러포즈를 못 받았다고 투덜대곤 한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렇게 프러포즈를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프러포즈를 한 후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아마도 그녀와 결혼할 인연이나 운명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결혼도 쉽게 진행되었으니 말이다. 결혼 준비도 별다른 트러블 없이 진행되었고, 결혼식도 날씨 좋은날 올리게 되었다.

 

 결혼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인연이 끈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다.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느낀 그 감정이 인연이었던 것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아이들을 낳는 것도 그렇고 결혼도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운명에 손에 이끌려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것 같다. 가끔 그녀와 소중한 인연을 생각해 본다. 그녀와의 인연이 내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