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어머니에게 용돈 받은 40대 중년의 아들

행복한 까시 2012. 5. 3. 07:00

 

 며칠 전 고향집에 일이 있어 다녀왔다.

집에 도착해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방으로 들어오셨다. 남들이 볼까봐 조심스럽게 들어오셨다. 들어오셔서 하얀 봉투를 내밀며 조용하게 말씀하셨다.


 “아범아, 며칠 더 있으면 네 생일인데 식구들하고 맛있는 것 사먹어라.

  오랜만에 돌아오는 네 진짜 생일이라 준비했다.

  윤달 생일이라 진짜 생일도 몇 번 안 된다.

  얼마 안 되는 돈이다.”


 “아휴, 됐어요.

  그래도 매년 생일 챙겨 먹어요.

  안주셔도 돼요.”


  말은 이렇게 했어도 속으로는 기분이 좋았다.

 나이가 들었어도 어머니의 마음이 좋은 것이다. 돈에는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이다. 적은 돈이지만 다른 사람이 준 돈의 가치보다 훨씬 큰 것이다.  

 

 

 

 

 

 


  내 생일은 윤달에 들어 있다.

올해는 윤삼월이 있어 20년 만에 맞는 진짜 생일이다. 그래서 어머니는 늘 그것이 걸리셨던 모양이다. 진짜 생일이라는 것을 몇 번 강조하셨다. 난 사실 그다지 관심도 없는데 어머니는 많은 생각을 하신 것 같다. 봉투에는 만원 지폐 몇 장이 들어 있었다.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돈이었다. 아마도 아들 주려고 아껴두었던 돈이라는 것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받고 싶지 않았다.

평소에 용돈도 넉넉히 들리지 못하는 형편이라 선뜻 받기 어려웠다. 사양하는 척 하며 기분 좋게 받았다. 그래야 어머니가 좋아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결혼하고 나서 한두 번 정도 용돈을 받았다. 이번이 세 번째인 것이다. 그 때도 아마 생일이라고 용돈을 주신 것 같다. 어린시절 일찍 도회지로 나와 생일을 챙겨주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용돈을 주신 것이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어머니에게 용돈을 받았다.

용돈을 받으며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즐거운 마음이 든 것은 어머니가 건강하게 살아 계신다는 점이다. 어머니가 건강하시니까 용돈을 주실 수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건강함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중에도 어머니에게 또 용돈을 받고 싶다.

어머니의 마음이 가득 담긴 용돈이 받고 싶은 것이다. 액수는 얼마이든지 상관이 없다. 어머니가 오랫동안 건강하게 사시면서 주시는 용돈을 받고 싶은 것이다. 어머니의 용돈은 어머니가 건강하게 사신다는 증거가 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