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수필

남자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여자 세사람

행복한 까시 2012. 7. 23. 07:00

 과거에 여자들은 삼종지도(三從之道)라 하여 어렸을 때는 아버지를 따르고, 출가를 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여자의 인생에 있어 남자 셋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남자 셋에 의해 인생이 좌지우지되기도 하였다.


 요즘은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남녀평등 시대에 살다가 보니 삼종지도는 그냥 고전에 나오는 사자성어로만 인식되고 있다. 과거 여자들의 삼종지도와 마찬가지로 요즘은 남자들이 여자들에 의해 영향을 받는 새로운 삼종지도(三從之道)가 생겨 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려서는 엄마의 영향을 받고, 결혼을 해서는 아내의 영향을 받고, 늙어서는 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요즘 남자들은 과거에 비해 여자들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나의 경우만 보아도 실제로 어려서는 엄마, 결혼해서는 아내, 아이들의 영향 아래 살아가고 있다. 즉 남자의 인생에 있어 여자 셋이란 바로 엄마, 아내, 딸들이다. 내 인생에 있어 아주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는 여자 셋에 대해 이야기를 풀고자 한다.

 

# 엄마, 어머니


 어머니가 블로그의 글에 자주 등장한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머니란 존재는 우리들의 인생에 있어 절대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집사람은 블로그에 어머니가 등장하면 엄마밖에 모른다고 늘 놀려댄다. 이렇게 놀림을 받으면서도 또 어머니에 대한 글을 쓴다. 집사람이 어머니를 많이 의식하는 것은 보통의 여자들이 보여주는 시어머니와의 묘한 심리적인 경쟁심리 때문이리라 나 혼자 생각해 본다.


 자식들을 임신하고부터 어머니는 건강한 아이가 태어나야 한다며 걱정을 한다. 열 달 동안 조심조심 보내고, 먹을거리도 신경 쓰고, 기도도 하며 보낸다. 아이가 태어나면

“어디 다치지나 않을까?, 병이 나지 않을까?, 무엇을 먹여야 할까?”

하면서 무수히 많은 걱정을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면서부터는 또 공부에 대한 걱정이다.

“공부를 잘 해낼 수 있을까?, 학교생활은 잘 적응 할까?, 학교에 나쁜 친구들은 없는지?"

등등 수많은 걱정을 한다. 학년이 올라가도 이런 걱정은 끊임없이 계속된다. 고등학교에 들어가면 대학이 걱정이다.

“어떤 전공을 택해야 하는지?, 학교를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지?, 공부하는데 체력이 모자라지 않는지?”

등등이 걱정거리이다.


 대학에 들어가도 걱정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학교를 멀리 보낸 어머니들은 걱정을 끌어안고 살아간다.

“밥은 해 먹는지?, 끼니는 거르지 않는지?, 겨울에 춥게 지내지는 않는지?, 용돈이 떨어지지 않았는지?, 어디 아프지 않는지?, 거주지는 안전한지?”

온갖 주위를 둘러보아도 걱정거리 천지이다. 게다가 남학생의 경우 군대라도 가면 덤으로 걱정거리를 얻는다. 또 졸업할 때가 다가오면

“어느 회사로 취직을 해야 하는지?, 급여는 많이 받을 수 있는지?, 일하는 곳에 위험성은 없는지?, 상사가 괴롭히지는 않는지?”

등등 걱정의 무게가 더해만 간다. 아이들이 클수록 걱정거리도 많아지지만 걱정의 양이나 질도 커져만 가는 것 같다.


 그러나 취업을 했다고 걱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취업을 하고 나면 또 걱정이 시작된다. 같아 살면 같이 사는 대로 독립해서 따로 살면 따로 사는 대로 나름대로의 걱정은 있다.

“늦기 전에 결혼을 해야 하는데?, 어떤 신붓감을 얻을까?, 어떤 신랑감을 얻을까?, 착하고 좋은 사람 만나야 하는데?”

하는 걱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결혼을 하고도 걱정은 계속된다. 어머니들이 아이를 임신했을 때와 똑같은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손자 손녀를 낳아도 자식과 마찬가지로 똑같이 걱정을 한다는 것이다. 즉 걱정의 양이 상당히 많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자식들이 많으면 그에 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난다. 그래서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 없다는 말도 있다.


 우리 어머니도 이러한 걱정을 매일 달고 사신다. 아마도 눈을 감으시는 그날까지 걱정을 하실 것이다. 어머니를 뵐 때마다 걱정 좀 그만 하시라고 해도 소용이 없다. 안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전화만 하시면 걱정거리부터 늘어놓으신다. 어머니들이 하시는 걱정이 자식들이 살아가는데,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머니의 걱정이 에너지로 작용하여 자식들이 하는 일들이 보다 잘되게 해주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도 어머니들은 이런 에너지의 힘을 알기에 자식들을 걱정하며 하루를 보내고 계신 것이다.



# 와이프, 아내

 

 어느덧 결혼한 지 10년에 훌쩍 넘어 간다. 결혼 후 아이들 둘 낳아서 키우다 보니 정신없이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사실 아이들을 키운 것을 아내가 거의 다했기 때문에 정신없다는 표현은 좀 과장된 것이다. 그냥 나는 회사일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가끔은 문득 아내의 여러 가지 다양한 면을 발견하고 나도 모르게 흐뭇해하기도 하고, 미소를 짓기도 한다. 아내는 나에게는 배우자이자, 아이들에게는 엄마로, 시댁에서는 며느리로,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직장인으로 역할을 하며 살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역할 속에서 아내의 다양한 면을 발견하게 된다.


 아내는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거의 항상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날이 많다. 아침밥을 준비하기 위해서 이다. 과거에는 매일 아침 나를 깨웠지만, 요즘은 나도 잠이 줄어들어 내가 먼저 일어나거나 동시에 일어난다. 아침밥을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것을 보면서 어머니와 같은 느낌을 받는다. 아내의 모습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다. 아침 밥상에서 “많이 좀 드세요.”,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어요.”라고 말할 때에도, 아침에 출근 할 때에도 대문간에 나와서 “운전 조심해요.”, “너무 늦지 말아요.” 라고 잔소리 할 때, 그 모습에서도 어머니를 느낀다.


 또한 본인은 돈도 잘 쓰지도 못하면서 가족들을 위해 먹을 것이며, 입을 것을 구입해 올 때, 한 푼이라도 싸고 싱싱한 채소를 찾아 시장을 헤매고 다닐 때, 매달 적자나는 가계부를 흑자로 맞추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려 대고, 십 원 한 장이라도 아끼려 할 때도 이런 느낌을 받는다. 식구들은 전기, 물 등을 아끼라는 아내의 잔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펑펑 써대는데, 전기세가 아까워 화장실 갈 때 불도 켜지 않고 들어가고, 쓰레기봉투에 한줌의 쓰레기라도 더 집어넣으려고 애쓸 때 아내에게서 어머니의 모습을 또 발견한다. 아마 마음속에 잠재된 모성애가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거나 마음속에 기억되어 있던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 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한가한 일요일 오전 아내와 단둘이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오래된 팝송이나 가요를 들을 때 아내가 여자친구라는 착각이 든다. 또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음반을 고르거나, 책을 고를 때, 단둘이 영화를 보러가거나 경치 좋은 곳으로 드라이브를 나갈 때에도 아내의 모습에서 이성 친구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퀴즈문제를 풀거나 아이들 시험문제를 풀기 위하여 경쟁할 때도, 문제를 풀다가 내가 실수로 틀렸을 때 본인이 이겼다는 승리감으로 기뻐할 때도 아내에게서 여자 친구의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최신 광고를 보다가 스토리 전개에서 내가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생겼을 때 그것도 모르냐고 깔깔깔 웃으며 인심 쓰듯 한 수 가르쳐 줄 때에도 이런 기분을 느낀다. 아내의 이런 모습에서 예전 연애시절의 여자친구를 찾는다.


 아주 분위기 있는 경양식 집에서 아내가 좋아하는 양식을 먹으며 즐거워 할 때, 커피가 아주 맛있는 카페에서 맛있다는 소리를 계속 반복하며 커피를 홀짝홀짝 마실 때 아내에게서 소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옷가게에서 새로 사온 레이스 장식이 달린 화려한 옷을 몇 번이고 입어보며 즐거워 할 때, 새로운 스타일의 머리로 파마를 했다며 어떠냐고 예쁘다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물어 볼 때도 아내에게서 소녀 같은 마음을 느낀다.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고 나서 콧노래를 부르며 여행 준비하는 모습에서, 여행지에 도착해서 좋다는 표현을 하며 활짝 웃을 때, 바닷가 모래밭에서 아이들처럼 이리저리 종종 걸음을 칠 때도 아내는 소녀 같은 모습이다. 또한 라디오에서 댄스곡이 흘러나올 때 딸들과 함께 엉덩이를 흔들며 디스코를 출 때에도, 항상 일어나는 사소한 일을 가지고 장모님께 투정 부리는 아내의 모습에서도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본다.


 그렇다면 진짜 아내의 모습은 무엇일까 한번 생각해 본다. 아내의 모습이라면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마치 여러 가지 색깔이 모여 한 폭의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그냥 이런 모습들이 모여서 아내의 모습이나 아내라는 역할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 대부분의 아내들의 모습이 이런 모습일 것이다. 작년에 아내의 건강에 문제가 있었다. 그 후로는 아내의 존재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고, 아내에게 작은 것이라도 더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항상 언제나 그 자리에 있기 때문에 존재감이 약화되는 존재가 아내의 자리 인 것 같다. 그리고 아내들의 일은 많다. 해도 해도 끝도 없는 집안의 잡다한 일들,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키우는 것들이 아내를 힘들게 한다. 이런 아내들에게 남편들이 겉으로는 점잖게 보이려고 표현을 못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항상 감사하며,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 두 딸들


 얼마 전 모 보험사 광고에 아이가 등장해서 엄마 흉내를 낸 광고가 있었다. 아빠가 퇴근 후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는데, 딸아이가 변기에 걸터앉아 잔소리를 해 댄다. 그 광고가 참 인상적이었다. 작은 아이가 나와 엄마처럼 잔소리를 하는 모습이 꼭 우리 작은 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술 먹었지? 내가 술 먹지 말라고 했잖아.”

“그러다 병원 갈려고 그래. 아휴 내가 못살아!”


 아이들은 엄마의 일상적인 이야기를 무의식중에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확히 무슨 뜻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머릿속에 저장했다가 그대로 뱉어내는 것 같다. 보통의 아이들이 엄마의 말투나 행동을 흉내 내는 것처럼 우리 집 작은 놈도 엄마의 흉내를 잘 낸다. 특히 기분이 좋을 때나 소꿉놀이 할 때면 엄마의 목소리 톤이나 억양까지 똑같이 흉내를 낸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또 한바탕 웃는다. 아이들 때문에 집안에 한바탕 웃음꽃이 핀다.


 매일은 아니지만 아내가 일을 하거나 바쁠 때 작은 놈이 퇴근하는 나를 맞이할 때가 있다. 현관에 다가와서 콧소리로 이야기를 한다.

“자기야, 힘들었지. 배고프겠다!”

“자기야, 어서 씻고 밥 먹자.”

하면서 방으로 따라 들어온다. 방으로 따라 들어와 양말도 벗겨주고, 옷도 받아준다. 작은 딸이 아내노릇은 제법이다. 어떤 때 보면 아내보다도 더 세심한 것 같다. 가끔 아내에게 작은 놈이 더 낫다고 비아냥거릴 때도 있다.


 또한 아내의 잔소리를 따라 할 때도 많다.

“아빠 욕실에 불 좀 꺼.”

“아빠는 컴퓨터도 전원 완전히 끄지 않았네.”

“아빠 옷도 아무데나 벗어 놓았네.”

“아빠 우리 외식하자, 멋진 레스토랑 가서, 외식한지 오래됐잖아.”

하면서 내 뒤를 졸졸 따라 다닌다. 아내가 하는 잔소리를 마치 앵무새처럼 입에 달고 다닌다. 벌써부터 저렇게 잔소리를 하니 나중에 크면 더 잔소리가 심해질 것이다.


 가끔 드라마에서 보면 딸들이 나이 드신 아버지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잔소리는 아빠에 대한 사랑이자 관심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잔소리를 듣고도 세상의 모든 아빠들은 묵묵히 듣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 남자들은 살아가면서 세 사람의 여자들에게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과거의 여성들이 세 남자에 의지해서 살아갔듯이 말이다. 오늘도 여자셋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 이야기에 사랑과 애정이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들의 이야기 밑바닥에는 아들, 남편, 아빠에 대한 관심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 관심이 때로는 잔소리도 되고, 투정도 되는 것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나에게 영향을 주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고 있다.